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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2 (Milan Design Week 2022)

2022-07-20 1769

 

1961년 이태리 가구산업 육성을 위해 328개의 가구 제조업체와 브랜드로부터 시작된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1980년대 이르러 가구산업을 넘어 디자인 산업 전체로 확장되면서 밀라노 도시 곳곳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디자인위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2,400여개 이상의 업체와 38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가했으나 2020년에는 행사가 취소되었고 2021년에는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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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 Design Week는 Fiera Milano 실내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Salone del mobile와 밀라노 곳곳에서 이벤트처럼 개최되는 Fuorisalone로 나누어지며 Fuorisalone는 Brera,  Tortona, Isola 등 주요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구분되어 운영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장외 전시인 Fuorisalone를 살펴보고 다음 아티클에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Salone del mobile의 디자인 및 CMF트렌드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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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risalone

좋은 디자인이라면 꼭 지니고 있어야 할 가치가 있다. 근래 들어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 쓰임새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란 가치도 디자인에 요구되는 요소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라는 심미적 가치에 대한 질문은 대상을 처음 본 순간,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필연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심미적 가치 추구는 Salone del mobile보다는 같은 기간 밀라노 시내에서 팝업처럼 열리는 장외 전시인 Fuorisalone에서 그 가치를 드러내는데 전세계 유명  인테리어 브랜드 뿐 아니라 패션, 자동차, 테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참여하여 평소에 보여주지 못했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출하고 참관객들은 유쾌한 파티처럼  즐기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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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하여

이태리 패션 하우스 Prada의 경우 디자인스튜디오 Formafantasma와 함께 탄소 발생을 상쇄하는 솔루션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환경과 디자인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학문 심포지엄 Prada Frames를 개최했다. 디자인 전문 큐레이터, 아티스트, 과학자, 인류학자, 법률 전문가를 포함한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디자인 산업과 결부되는 미래 생태계에 대해 선구적인 관점을 모색했다. 요약하자면 오랫동안 사용자의 요구와 욕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소재와 재료 개발에 덜 몰두했던 과거 디자인 산업을 반성하며 생태학적 위기를 고려하고 생태계 사슬에 대해 더욱 섬세한 인식과 비판적인 관점,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다 정교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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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ada (Prada Fr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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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물성을 강조한 제품과 오브제로 연출되어 밀라노 외곽의 오래된 공장 건물로 이루어진 Alcova에서 전시되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전시는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OMA와 네덜란드의 천연 스톤 가공기업 Solid Nature가 협업하여 선보인  Monumental Wonders였다.  9가지 타입의 오닉스 스톤을 커팅하고 레이어링하여 입체적으로 장식한 입구는 아름다운 컬러감과 웅장한 규모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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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MA x Solid Nature (Monumental Wo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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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디자이너 Sabine Marcelis와 콜라보한 Balance라는 작품은 얼핏 보면 거대한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집안이나 사무실, 서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다기능 캐비닛으로, 손으로 밀면 빙그르 돌며 공간을 분리하는 디바이더로서의 기능도 지니고 있어 가구와 인테리어로서의 역할을 위엄있게 소화한다. 작품명 Balance에서 의미하듯이 미학(esthetics), 물질성(materiality), 형태언어 (form language), 기능(function) 의 미묘한 균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대형 작업을 하다가 버려지는 작은 스톤을 재활용해 만든 플러그 소켓을 전시 공간 구석에 두어 유쾌한 컨셉으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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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 x Solid Nature x Sabine Marcelis (Ba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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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 x Solid Nature x Sabine Marc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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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 장인정신을 현대적으로 프리젠테이션

장인 정신과 휴머니스트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랑스 패션하우스 Hermes는 ‘가벼움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자사의 홈컬렉션을 네 개의 커다란 오브제를 통해 보여주었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급수탑 형태의 구조로 거대한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한지와 같은 반투명한 컬러풀 페이퍼로 씌워져 매우 가벼운 느낌으로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내부의 전시된 홈컬렉션은 정교한 크래프트십을 보여주었고 가구, 조명 그리고 구조물과 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우아한 시적인 무드를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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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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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랜드 Dior은 자사의 시그너처 작품인 메달리온 체어 콜렉션을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필립스탁에게 미적인 작품 해석을 전적으로 맡겼다. 메달리온 체어는 무슈 디올의 첫번째 패션쇼에서 사용된 의미있는 체어로 루이 16세 시대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닌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필립스탁은 이 의자에 우아한 여성미를 부여하며 미스 디올 Miss Dior 체어를 고안했는데, 형태보다는 실루엣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유려한 모습을 하며 알루미늄 소재의 내구성과 디올의 심플하고 단아함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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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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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페인 브랜드 Loewe는 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의 파이널리스트로 뽑힌 전세계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Weave, Restore, Renew’라는 주제로 가죽 위빙 기법과 밀짚과 같은 지푸라기  위빙 기법, 그리고 한국의 한지 직조 기법인 지승공예를 탐색했다.  이 전시는 공예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펼쳐 온 브랜드인 만큼 오랜 직조 기술을 토대로 가치를 잃은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로 장인정신과 더불어 잊히고 버려진 재료를 정성껏 다시 살려내어 의미있고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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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소비를 반대하고 사랑과 관심으로 행하는 것이 지속적인 인간됨을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으로 전시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240개의 손상된 바구니를 숙련된 스페인 장인들이 가죽끈 등으로 수선해 로에베 브랜드 정신을 담은 심미적이고 독창적인 바구니 시리즈로 새롭게 보여주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승 공예가 이영순 작가와 함께 종이를 꼬아 만드는 지승 공예기법을 활용한 항아리 연작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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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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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 x YoungSo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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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연출

한편, 키친&배스 전문브랜드인 Kohler는 아티스트 Daniel Arsham과 함께  Divided Layers라는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Fuorisalone Award 2022’를 수상했다. 오래된 궁전에서 열린 이 전시는 지난해 다니엘 아샴과 협업하여 완성한 3D 프린팅 세면대 Rock.01를 모티브로하여 방문객이 물길 위 터널을 지나며 Rock.01의 기술과 디자인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몰입형 설치 예술이었다. 사각형의 대형 물길 판 위에 터널을 이루는 7개의 흰색 적층 패널로 구성했고 각 패널은 ‘Rock.01’의 적층 유리 도자기를 형상화하며 켜켜이 쌓아 올리는 콜러의 3D 프린팅 기술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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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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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가구,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영국의 디자이너 Lee Broom은 Divine Inspiration이란 주제로 성스러운 느낌의 조명컬렉션을 아티스틱하게 선보였다. 20세기 중반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에 관심을 두고 그동안 다양한 교회와 성당을 방문하며 공간과 빛의 효과를 스터디한 후 밀라노 Brera지역의 층고가 높은 건물에 빛이 쏟아지는 신성한 예배당과 같은 무드를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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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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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그랑프리 스칼라십 수상자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Annalisa Lacopetti는 이태리 무라노에서 유리공예 수작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The Alchemy of Glass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맑은 날 베니스의 파사드와 다리에 반사된 물에 영감을 받아 전시장을 구성했고 이를 오브제로 연장시켜 글래스 테이블과 조명을 설치했다. 이렇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묻어낸 머티리얼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디자인에 적용하는 작업 과정은 마치 크래프트맨십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재료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제작 이면에 있었던 자연과 디자이너의 면밀한 호흡을 상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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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lisa Lacop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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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갤러리스트이자 큐레이터인 Rossana Orlandi가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에서는 컨템포러리 디자인 소품과 가구를 선보이는데, 실제 주민들이 살았던 오래된 주택들을 전시 공간으로 개조하여 작은 문과 방, 계단을 넘나들며 개성있는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Sergio Roger의 Textile Ruins 시리즈에서는 린넨과 나무로 만든 직물 조각을 그리스 로마 시대의 건축물로 위트있게 재해석하면서도 고전적인 형태가 주는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지난해에는 모노톤으로 다소 정적인 인상이 주를 이루는 컬렉션이었다면 올해는 행태와 색체에 크나큰 변주를 가해 매력적이고도 개성 넘치는 오브제로 발전시킨 것. 다소 엉뚱한 감이 있는 유연한 오브제는 그저 바라보고 있음에 즐거움을 주는 아이디어다. 이는 꽤나 주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되는 심미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가는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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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 Ro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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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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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및 이미지 출처: 스타일러스코리아, Prada, Kohler, Annalisa Lacopetti (Instagram), Kate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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