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생명감을 불어넣는 플랜테리어 트렌드
동물성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식물이나 및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또한 답답한 집콕 생활과 원격 근무가 이어지며 신선하고 개방된 느낌의 내추럴 인테리어에 대한 갈망이 증가하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는 실내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 plant + interior)가 주목을 받고 있다.플랜테리어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컨셉과 유사한데,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1994년 자신의 저서에서 ‘생명’과 ‘사랑’의 합성어인 바이오필리아를 언급하며 ‘인간의 본질이 자연에서 비롯한 만큼 우리 유전자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포용하고 곁에 두려는 욕망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했다. 이는 산이나 바다같은 대자연에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며 인간의 유전자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근본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특히 오늘날 기후 위기, 바깥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팬데믹 상황은 다채로운 식물을 집안에 들이고 애정으로 돌보는 문화를 확장시켰다. 그저 공간을 꾸미기 위해 식물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반려식물'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함께 자연과 공존하는 생활로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패션, 가전, 가구 등 아이템이 식물이라는 모티브 통해 전개하는 브랜딩 사례에도 자연에 대한 경외와 찬사를 가득 담고 있다.지난해 6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식물 조경 산업이 내년에는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부쩍 성장하고 있는 플랜테리어 시장을 방증하고 있다.자연이 곧 건축, 초록 생명으로 채운 공간2021 iF디자인 어워드의 공간 건축 분야를 살펴보면 자연의 생동감과 식물의 풍성함을 가득 들인 디자인 프로젝트가 주목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의 리셉션 센터 ‘녹색 빛의 회랑(Closter of Green Light’)과 싱가포르에 위치한 파빌리온 ‘퓨처 오브 어스(Future of Us)다. 건축과 자연이 고스란히 어우러지며 웅장한 생명력을 품은 건축으로 위너를 수상한 이 프로젝트들은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경을 가장 자연답게 구성한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Future of Us2019년에 오픈한 할리우드의 공유 오피스 ‘세컨드 홈 인 할리우드(Second Home in Hollywood)’는 50여 년 된 건물을 레노베이션 함에 있어서 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60여개의 노란 지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는 200여 개의 업무 공간, 카페와 휴게소, 행사장으로 이뤄졌는데, 묘미는 야외 정원. 1만 그루 이상의 식물이 각 공간의 가림막 역할을 하며 블라인드와 창문을 대신한다. ‘내부 공간의 야외화’라는 개념이기도 한데,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정원으로 구분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에 생태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공간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Second Home한편 이케아(IKEA)는 현재 오스트리아 빈 웨스트반호프역에 수직정원을 콘셉트로 한 스토어를 만들고 있다. 현지 건축사무소 Querkraft Architekten이 디자인한 이 매장은 주차장은 없고 식물로 가득해 더욱 특별하다. 책장을 모티브로 한 건축 외관과 그 사이 사이 배치한 식물은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물론 건물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차를 몰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케아의 상징적인 소비자 경험이지만 도심에 위치한 매장 경험에는 기후 위기 상황에 적합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친환경적인 공간의 등장은 공간의 활기를 더할 뿐 아니라 적외선 방지, 냉난방비 절감, 건축물 보호 기능도 수행한다.IKEA브랜드가 제안하는 플랜테리어지난해 디올(Dior) 여성 컬렉션은 식물에 주목하여 2020 S/S 무대 한 가운데에 자연과 식물에 대한 찬사, 환경에 대한 존중을 담은 숲을 배치했다. 예술가와 조경사, 정원사, 식물학자로 구성된 단체 ‘콜로코 아뜰리에’가 만든 이 무대는 160여 그루의 나무로 조성한 숲으로, 환상에만 머물러 있는 패션쇼 무대가 아닌 현실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미래를 메시지로 전하고자 한 것이다. 식물도감을 연상시키는 디올 의상과의 조화는 물론, 이때 사용된 나무들은 패션쇼 이후 굿플래닛 재단(GoodPlanet Foundation)이 진행하는 생물 다양성 강화와 센강 부두의 도시림 조성 프로젝트에 쓰이며 더욱 의미 있는 이벤트로 완성됐다.Dior또한, 미국 뷰티브랜드 글로시에 (Glossier)가 최근 시애틀에 오픈한 매장에는 블러쉬 핑크톤의 인테리어에 이끼로 덮인 석조와 버섯을 형상화했다.Glossier한편, 올 2월 문을 연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실내조경은 모노클 디자인 어워드 등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매장 안에 12m 높이의 인공 폭포를 세우고 33,000㎡ 규모의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마련했다. 건물은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하고 캐나다 인테리어 전문회사 버디필렉과 영국 글로벌 설계사 CMK 등 9곳이 협업했으며 조경 디자인은 디자인알레가 맡았다.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천장 전체를 거대한 창문으로 설계했다는 점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1층부터 6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한 보이드 건축 기법, 여기에 식물로 가득 채운 실내 디자인으로 완성해 국내 백화점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냈다. 더현대서울의 실내 정원에는 천연 잔디와 호랑가시, 동백나무 등 30여 그루의 국내 수종으로 구성해 ‘백화점이 아니라 공원에 들어온 것 같다는’ 인상을 자아낸다. 이는 오프라인 쇼핑 경험이 그저 물건을 소비하는 행위 이상의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 이곳을 가장 정원답게 만드는 요소는 화분의 부재다. 즉, 화분 사용을 최소화하여 마치 야외처럼 느껴지도록 했다.더현대서울국내에서 활약하는 플랜테리어 크리에이터바로 지금 국내에서 주목받는 플렌테리어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점이자 출발점은 공교롭게도 디자이너로 시작한 커리어패스다. 패션, 시각디자인, 예술 분야에서 각자의 영역을 다지다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번져간 것. 탁월한 디자인 감각으로 조성한 이들의 플랜테리어 프로젝트는 진정한 바이오필릭의 세계이기도하다.디자인 알레디자인, 인테리어, 원예 조경, 건축, 인문학, 패션 등 다양한 전공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크리에이티브 팀 디자인알레는 1999년 조경 디자인 회사로 시작해 공간 디자인, VMD, 행사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드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더현대서울 이외에도 네이버, 넥슨, 신세계백화점, 에르메스, 파크하얏트, 신라호텔 등 굴찍한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들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알레’ 역시 살펴볼만 하다. 3천 평에 달하는 부지에 각종 야채와 허브를 재배하고 정원과 온실을 마련하고 자연 속에서 F&B 서비스 즐길 수 있게 꾸몄다. 자연과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들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인 셈이다. 최근에는 남양주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에도 진출해 자신들의 문화를 지역 소비자들과 나누고 있다.디자인알레마이알레틸테이블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오주원 대표가 이끄는 실내 가드닝 스튜디오다. 2008년부터 공간 프로젝트에 식물을 접목시켜 플랜테리어 영역을 주도하는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중 핵심은 틸테이블의 화기이다. 플랜테리어에 있어서 식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화기라는 깨달음이 화분 디자인으로 번진 것. 식물을 잘 조성하기 위해서는 화기가 필요하고 아름다운 화기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식물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틸테이블의 선보이는 화기는 식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만들어진다.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고 관리해야 하는 수고와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들이 제안하는 플랜테리어는 식물의 복잡다난한 세계를 한결 쉽게 제시하고자 했다.틸테이블마초의 사춘기패션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김광수 대표가 운영하는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 사춘기는 강남역 한복판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의 실내 공간을 완성한 주인공이다. 우거진 식물이라고는 접하기 어려운 강남역 한복판, 사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가로수를 공간에 들인다는 콘셉트로 디자인한 일상비일상의 틈은 1층과 4층에는 봄, 2층에는 여름, 3층에는 가을, 5층에는 겨울을 가늠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공간 연출에 있어서 때때로 조화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600여종의 살아있는 식물로만 채우고 가꾼 것이 특별하다. 또한 마초의 사춘기의 공간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남은 식물에 대한 고민으로 만든 서비스 ‘가든 어스’도 인상적이다. 작업 과정에서 남겨진 식물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순환을 일으키는데 분당 AK플라자에 ‘플랜트 호텔’이라는 이름을 걸고 가드너들이 고객에게 식물을 추천하거나 아픈 식물을 위한 처방을 내려주고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해준다.마초의사춘기자료제공 및 이미지 출처: STYLUS KOREA, Future of Us, IKEA, Glossier, Second Home, Dior.com, 더현대서울, 디자인알레, 마이알레, 틸테이블, 마초의사춘기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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