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olor Inspiration
2026-01-13 861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막상 현실에서의 인간 관계는 단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대한 문제를 자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은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느리고 신중한 태도를 지니고 아날로그 방식을 소중히 여기며,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존중받길 원한다. 또한, 짧고 자극적인 숏폼(short-form) 대신 깊이 있는 역사와 풍부한 스토리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시대를 초월한 미학에 가치를 두며,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대담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2026년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글로벌 트렌드 컨설팅사 스타일러스(Stylus)가 제안하는 컬러 디렉션을 Ancient Future, Joyful Remix, Perfectly Imperfect 3개의 테마로 살펴본다.
1. Ancient Future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생활 속에서 고대의 의미있는 전통과 기술에 다시 주목하는 사람들은 고대의 지혜와 실천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순환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즉,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가지고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과거의 지식과 전통적인 기술을 다시 떠올리며 회복력 있는 재생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컬러면에서 과거에 대한 존중은 견고한 질감과 깊이감으로 표현된다. 풍부한 색소가 깃든 단단한 소재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빛나는 색채는 부드럽고 섬세한 파스텔 톤과 어우러진다. 흙의 거친 질감과 세월이 깃든 표면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며, 자연이 만들어낸 진짜 색을 찬미한다. 컬러 팔레트는 신비로우면서도 부드럽다. 자두색과 가지색처럼 농도 짙은 색조에 파스텔과 흙빛 중립색을 더해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오래된 파티나와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더해져 깊이 있는 따뜻함을 전한다.
환경, 사회,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는 요즈음, 의식적인 습관과 일상에서의 리추얼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을 두는 산업디자이너 아킬 크리슈난(Akhil Krishnan)의 프로젝트 빈두(Bindu)는 인도의 전통적의 물 사용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현대 요리 문화 속 물 소비의 의미를 탐구한다. ‘Bindu’는 산스크리트어로 ‘물방울’을 뜻하는데 재활용 와인 코르크 입자 등 내추럴 소재를 활용해 물 없이 식기를 세척하는 도구, 생활 하수를 정화하는 점토와 숯으로 만든 용기, 조리 중 증발한 수증기를 다시 모으는 도구 등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물이라는 자원의 순환과 의식적인 사용, 물의 감각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감각적 자극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깊은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이너 소피아 베넨시오 몰리네(Sofia Benencio Moliné)의 작품은 구겨진 종이와 두드린 금속을 결합해 빛과 텍스처 사이의 감응 관계를 보여주는 조명으로 빛의 물성과 감각적 반응성을 탐구했다. 이는 단순한 조명이라기보다, 빛과 질감 그리고 공간이 서로 반응하는 설치형 오브제에 가까우며 구겨진 종이는 빛을 확산시켜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고, 금속은 두드림 자국을 통해 빛을 반사하며 리듬감 있는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조명은 주변 환경과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살아 있는 표면처럼 작동한다.


Sofia Benencio Moliné
스톡홀름의 하드웨어 브랜드 스페이시스 위드인(Spaces Within) 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디자인 이벤트인 쓰리데이즈 오브 디자인(3daysofdesign)에서 사용으로 인한 흔적, 즉 파티나(patina)를 기념하는 전시를 진행하며 닳고 빛 바램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강한 광택이나 완벽한 마감보다는 시간에 따라 변화해 가는 표면, 만지고 쓰인 자국, 빛과 색의 미묘한 변화를 다루었다. 이 전시를 통해 제품이 단순히 기능성을 지닌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더해 가는 존재라는 컨셉을 보여주었으며 관람객들은 사물과 조명, 그림자, 질감 간의 상호작용을 느끼며 걸으며 파티나의 변화를 구석구석 경험을 수 있었다.

Spaces Within
2. Joyful Remix

인터넷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결정해주는 시대에 사람들은 이제 본능적인 취향과 감각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또, 개인화된 삶 속에서 고립과 외로움을 느낌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와 인간다운 연결을 동경한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은 헤리티지와 역사에서 다시 의미를 찾고 오래된 것, 손으로 만든 것, 진정성이 담긴 것들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시간을 초월한 미학은 즐거운 개성과 빈티지한 매력으로 다시 태어나며 장난스럽고 따뜻한 파스텔톤과 전통적인 색감이 안정적인 뉴트럴 컬러와 어우러지고, 촉감 있는 소재와 수공예적인 디테일은 아늑함을 불러일으킨다. 컬러 팔레트는 파스텔과 빈티지 색조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뉴트럴을 더해 따뜻한 향수와 감성을 자아낸다. 촉각적인 소재와 수공예적 디테일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진정성을 강조하고 남성성은 한층 부드럽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두가 비슷해진 세상 속에서, ‘진짜 나다운 취향’을 찾으려는 조용한 움직임이 시작되며, 이제 옷을 입는 일은 단지 유행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즐겁고 자유로운 행위로 여겨진다. 디올(Dior)의 2026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은 과거의 아카이브와 클래식한 스타일을 새롭게 풀어내며, 입는 즐거움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디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탄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첫 선을 보인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다시 구성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과거와 현재, 클래식과 캐주얼이 교차하며 브랜드의 오랜 헤리티지를 가져오면서도 현재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태도를 반영하였다. 즉, ‘옷이 나를 만든다’보다는 ‘내가 옷을 만든다’는 생각을 담으며 클래식 상의에 소재가 다른 팬츠나 액세서리, 신발을 매칭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리믹스하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Dior 2026 S/S Mens’ Collection
빠르게 바뀌는 유행 가운데, 공간 디자인은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레이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 그 예로, 호주의 멜버른 중심가에 자리한 뷰티 스토어 메카(MECCA)는 단지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역사가 담긴 건물이 품은 서사를 현재로 소환한다. 이 공간은 한 때 전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 자리잡았던 곳으로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과거를 지우기보다 오히려 그 흔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면, 아치형 창문, 테라조 문양의 바닥과 아즈텍 문양 타일은 시간이 만든 질감을 존중하는 디테일이다. 핸드블로운(handblown) 글래스 샹들리에, 맞춤 제작된 레더 벤치, 수공 타일의 미세한 불규칙성이 공간 곳곳에 녹아 있으며 평범한 머티리얼 위에 덧입혀진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감각은 공간에 초현실적인 생동감을 부여한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과 현대적 재료의 만남은 유행과 획일성에 맞서는 또 다른 방식의 취향을 말하며 그 결과, 방문객은 이곳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MECCA
2025년 여름, 뉴욕에서 열린 ‘집과 같은 사운드’(Sounds Like Home)라는 전시는 과거와 현재,기술과 장인정신이 소리와 함께 공존함을 보여주었다. 이 전시에서 스웨덴의 제품 디자인회사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과 캐나다의 럭셔리 중고 의류판매사인 벤트게이블닛츠(Bentgablenits)는 1930년대 어린이들의 장난감과 같은 금속 인형의 집을 정교한 크래프트와 같은 스피커로 재탄생시켰다. 즉,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테크 감각과 벤트게이블닛츠의 장인 정신이 만나 차갑고 기계적인 금속을 따뜻한 울림을 내는 오브제로 선보였는데, 각 스피커는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표면의 스크래치나 시간의 흔적마저 디자인의 일부로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소리를 듣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으로 인형의 집이라는 과거의 형태를 간직하지만,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첨단 음향 기술로 만들어짐으로써 그 결과물은 소리와 시간, 기억이 공존하는 오브제가 된다.

Teenage Engineering x Bentgablenits
3. Perfectly Imperfect

자극적이며 새로운 컨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인간적인 감각은 점점 희미해지고, 현란한 디지털 스크린에 연결된 삶 속에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이 테마는 이러한 시대에 맞서는 유쾌한 반란으로서 손으로 만드는 행위, 물질적인 창의성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불완전함이 인간적인 매력이 되고, 낡은 질감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고 아날로그 감성이 더 창의적으로 다가온다.
컬러 팔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긴장감을 반영하듯, 생동감 넘치는 브라이트 색조가 안정감 있는 그레이 계열과 어우러지고 발랄한 산호색과 살구색은 낙관적인 무드를 자아내고, 대담한 그린과 차분한 터키 레드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반적으로 로파이(lo-fi) 무드와 몽환적인 시각적 요소가 결합되어 재미있으면서 의외성을 띈 레트로 감성을 전달한다.
즉석카메라 브랜드 폴라로이드(Polaroid)는 2025년 여름, 아날로그 삶을 위한 카메라(The Camera for an Analog Life)라는 옥외 광고 캠페인을 펼치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에진짜 세계의 질감과 감정을 복원하자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재촬영이나 보정을 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즉석 카메라로만 경함할 수 있는 진짜 추억과 기쁨을 폴라로이드 사진 특유의 감성으로 포착해냈다. 뉴욕 미드타운, JFK 공항, 애플 스토어와 구글 스토어 등 디지털 문화의 중심에 대형 포스터를 설치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I는 당신의 발가락 사이의 모래를 생성할 수 없어요(AI can’t generate sand between your toes)”와 “스토리나 릴스가 아닌 진짜 이야기(Real stories. Not stories & reels.)”라는 문구와 함께 비주얼은 밝은 원색과 회색 톤을 조합해 디지털의 차가움과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폴라로이드 특유의 흰색 여백과 필름 표면의 입자감, 손글씨와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 즉 불완전함의 미학을 보여주었고 일부 포스터는 겹겹이 붙여진 플라이 포스터(fly-posting) 형식으로 제작되어, 완벽하게 마감되지 않은 표면과 종이의 주름, 찢김을 그대로 드러내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인간적인 감각을 전달하고자 했다.

Polaroid
미국 스타트업 틴캔(Tin Can)은 디지털 스크린 없이 인터넷 공유기에 선을 꽂아 사용하는 레트로 감성의 유선전화기를 선보이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형태는 1980~90년대 가정집에서 보던 플라스틱 전화기를 연상시키지만, 내부는 현대적인 네트워크 기술로 작동하여 아이들은 번호 대신 친구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고, 부모는 앱을 통해 자녀의 통화 상대와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이 제품의 핵심은 기능이 아니라 손을 사용하는 감각적 경험을 되살리는데 있다.
즉, 스크린이 없기에 앱이나 알림과 같은 디지털 요소는 완전히 배제되었고 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클릭감이 살아 있어 스크린 터치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유선형 디자인은 어린이들의 손에 맞게 설계되었으며, 컬러는 밝은 옐로우 민트그린, 스카이블루, 코랄핑크 등 귀여운 장난감 같은 수화기에 버튼, 다이얼 부분에는 뉴트럴 그레이 톤을 더했다. 또, 플라스틱의 차가운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미세한 질감 코팅을 적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촉각 경험을 구현하며 따스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꼬여있는 케이블은 사용자들이 통화를 하며 손으로 감고 당기며 노는 재미를 제공한다.

Tin Can
미국의 스포츠브랜드 나이키(Nike)가 2025년 여름, 한정판으로 선보인 에어 조던 1 셀프 익스프레션(Air Jordan 1 Self Expression)은 시간이 만든 흔적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컬렉션이다. 겉보기엔 매트한 블랙 스니커즈지만, Self Expression이라는 이름처럼, 사용자들의 움직임과 마찰이 거듭되며 표면이 닳아 블랙 컬러 안에 숨겨진 밝은 컬러들이 드러난다. 온라인 시뮬레이션이나 맞춤형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퍼스널라이징과 달리,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마찰을 통해 나만의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즉, 이 컬렉션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용감을 통해 완성되는 미학을 제안하였다.
Nike
자료제공 및 이미지출처: 스타일러스코리아, Akhil Krishnan, Spaces Within, Mecca, Dior, Teenage Engineering, Bentgablenits, Polaroid, Tincan, Nike, https://ualshowcase.arts.ac.uk/@sofiabenen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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