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us]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비건 레더
2024-06-03 419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비건 레더
천연 가죽을 얻기 위해서 희생되는 건 생명을 가진 동물만이 아니다. 가공 과정에 사용되는 독한 화학물질은 가죽 공장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또, 다량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자원 낭비도 초래한다. 이처럼 가죽 생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는 가운데 동물권(animal right)을 비롯한 윤리 소비를 추구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의식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레더(vegan leather)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한 연구와 개발이 이뤄졌던 비건 레더는 사과, 포도, 파인애플, 버섯 등 과일과 채소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공 과정 중에 화학물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화학약품이나 플라스틱 원료를 최소한으로 하여 탄소배출이 적다는 장점도 크며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레더는 생분해 가능하기에 제품 폐기 후에도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비건 레더 시장은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높은 관심과 관련 기술이 결합하여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동물권 보호, 자원 낭비 등 여러 가지 이슈로 골머리를 앓던 패션 업계가 이런 신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한 탄소 배출에 민감한 자동차 업계도 비건 레더를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데 벤틀리는 100주년 기념 모델의 시트를 포도 껍질과 줄기로 제작한 비건 레더로 만들었고 테슬라는 모델3부터 파인애플 잎과 줄기로 만든 비건 레더를 사용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체적으로 비건 레더를 개발 중이다. BMW, 아우디, 현대차도 비건 레더 사용을 고려하며 점차 사용 비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스스로 비건으로 생활하고 동물 보호운동에 앞장서며 자신의 이름을 딴 지속가능한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버섯, 파인애플, 바나나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레더 의류와 액세서리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을 빚었던 에르메스도 버섯 추출물을 활용한 비건 레더로 만든 가방을 선보이며 앞으로 비건 레더 사용을 늘릴 것이라 발표했다. 또한, 구찌는 직접 비건 레더를 개발하는 데 앞장서 얼마 전, ‘데메트라(Demetra)’라는 자체 비건 레더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비건 레더를 도입하고, 그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여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선택을 지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2018년 195.2백만 달러 규모였던 비건 레더 시장은 연평균 5%씩 성장하여 2026년에는 시장 규모가 289.1백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1. Dole Sunshine Company x Musa Fabric
다국적 식품회사 돌 선샤인 컴퍼니(Dole Sunshine Company)는 필리핀의 무사 패브릭(Musa Fabric)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농장에서 버려진 바나나 줄기를 활용한 원단을 선보였다. 새로운 바나나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이전 줄기를 잘라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20만 톤이 넘는 바나나 폐기물이 발생하기에 돌 샤인 컴퍼니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약속 중 하나로 필리핀 내 사회적 기업과 손잡고 바나나 폐기물로 원단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패션 의류와 액세서리를 개발했다. 그리고 동시에 바나나 원단 제작에 농장 주변 지역 주민이 참여하도록 하여 지역사회의 새로운 경제 창출까지 이뤄냈다. 바나나 줄기를 원사처럼 만들고 베틀로 짜서 완성한 바나나 원단은 마와 비슷한 재질이며, 필리핀에서는 전통 의류와 공예에서 사용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두 기업은 2022년 2월, 뉴욕패션위크에서 캡슐 컬렉션을 공개한바 있다.
2. MoEa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모에아(MoEa)는 이탈리아 식품 산업에서 배출된 사과와 오렌지 껍질 및 포도 찌꺼기, 멕시코 사막의 선인장, 필리핀의 과일 공장에서 버려진 파인애플 잎, 먹을 수 없는 미국 옥수수 껍질를 활용해서 만든 비건 레더를 사용한다. 모에아는 친환경 스니커즈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 비건 레더의 재료를 중심으로 컬렉션 라인을 구성하며 유기농 면, 재활용 고무와 대나무 등 운동화의 다른 부분에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과대포장 금지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자연을 먼저 생각한다는 브랜드 정신을 소재로서 보여준다. 특히 ‘친환경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어떤 패션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운동화 디자인을 제시하며 시즌에 따라 색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MoEa
3. Allégorie
미국 뉴욕의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알레고리(Allégorie)는 친환경 브랜드를 지향하며 천연 가죽과 합성피혁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과일 폐기물을 활용한 비건 레더만을 사용하여 가방, 지갑과 같은 피혁제품을 만든다. 사과주스를 만들고 버려지는 사과 찌꺼기, 유통과정에서 상해버린 망고 폐기물, 파인애플 농장에서 버리는 파인애플 잎 등을 수거하여 재활용 함으로써 천연가죽과 합성피혁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음식 폐기물까지 줄여 탄소발자국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죽으로 업사이클링한 사과 찌꺼기 1kg은 CO₂ 배출량 2.5kg과 동일하기 때문에 사과 가죽 제품이 만들어질수록 CO₂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4. Unwasted
중국 디자이너 멩 두(Meng Du)는 스웨덴의 무알코올 와인 생산업체인 오드버드(Oddbird)와 협업하여 와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도 찌꺼기로 만든 컬렉션 ‘언웨이스티드(Unwasted)’를 선보였다. 컬렉션에 활용된 비건 레더는 오드버드가 와인 제조 시 버려지는 포도 껍질, 과육, 씨로 만들었으며, 프랑스의 천연염료 및 재료 생산업체 플래닛 오브 더 그레이프(Planet of the Grapes)와 협업하여 제작했다. 자연 건조한 포도 폐기물을 분말로 갈아 천연 성분 액체와 혼합한 후, 천연 줄기 섬유 직물에 붓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유연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 디자이너는 우유 페트병을 닮은 숄더백 ‘메를로(Merlot)’와 음료수 캔이 생각나는 벨트 백 ‘샤르도네(Chardonnay)’로 컬렉션을 구성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과 캔을 닮은 가방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이 재활용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5. Ganni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폴리바이온(Polybion)과 협업하여 ‘셀리움(Celium)’으로 만든 비건 가죽 재킷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연구 및 개발하는 ‘패브릭 오브 더 퓨처(Fabrics of the Future)’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셀리움은 과일 폐기물을 박테리아에 노출했을 때 생성된 박테리아 셀룰로오스로 만든 바이오 비건 레더로 다른 비건 레더와 달리 셀리움만의 고유한 텍스처가 드러나 오래된 빈티지 가죽 느낌 혹은 독특한 표현이 가능하다. 또, 염색, 무두질, 엠보싱 처리가 가능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죽의 색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가니는 폴리비온과의 협업을 지속하여 앞으로 기성복 라인에서 동물 가죽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6. Bolt Threads
바이오 원단을 개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Bolt Threads)는 버섯 뿌리의 균사체를 이용한 바이오 가죽 ‘마일로(Mylo)’를 생산한다. 거미줄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원사를 개발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볼트 스레드는 2018년, 마일로를 출시함으로써 여러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마일로의 주요 소재인 버섯 균사체는 100% 재생 에너지로 구동되는 농업시설에서 재배한 버섯 뿌리에서 추출된다. 추출한 균사체 시트를 무두질한 후, 염색과 엠보싱 공정을 거치면 천연 가죽과 유사한 질감과 두께를 가진 마일로가 탄생한다. 마일로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천연 가죽을 얻을 때보다 훨씬 줄어든다. 게다가 모든 제조 과정이 탄소중립을 추구하기 때문에 환경 피해도 적다.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첨단 바이오 기술로 가공하여 만든 가죽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높은 발전 가능성으로 스텔라 매카트니, 아디다스, 룰루레몬 등이 이 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7. Tômtex
패션 디자이너 우옌 트란(Uyen Tran)이 202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브랜드인 톰텍스(Tômtex)는 해산물과 버섯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사용하여 바이오 비건 레더를 생산하고 있다. 원단에 석유화학물질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며, 100% 자연 생분해되어 환경에 무해하다. 현재 버섯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활용한 ‘시리즈 M’과 새우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바탕으로 개발한 ‘시리즈 WS’를 출시하고 있으며 시리즈 WS는 전 세계 새우 생산량 중 반 이상이 껍데기로 폐기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편, 톰텍스의 가죽은 실제 가죽과 같은 재질감은 물론, 맞춤 성형 및 3D프린트 기술과 접목되어 동물 가죽 패턴까지 표현할 수 있다. 이외에 디자이너 피터 도(Peter Do) 및 도피네트(Dauphinette) 등 여러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자료 제공 및 이미지 출처 : 스타일러스코리아, Young eun Heo, Kate Ahn, KISTI, BMW Group, stellamccartney.com, Musa Fabric Facebook, MoEa.com, Allégorie Instagram, oddbird.com, polybion.bio, boltthreads.com, tomtex instar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