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 02: 바이오 목재 실험(Bio Wood Experiment)
Wood
02바이오 목재 실험(Bio Wood Experiment)구오듀오, 이종원, 초남이 홍진, 윤석현
— 공방의 실험이 확장되는 지점네
개의 공방, 하나의 질문이번 글에서는 '재료를
보는 크리에이티브한 시선'이라는 타이틀 아래 네 명의 젊은 크리에이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오듀오, 이종원, 초남이
홍진, 윤석현. 이들은 모두 나무 소재를 다루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한 팀은 나무를 구부리고 태우고 염색해
패턴을 만들고, 한 명은 건축 현장의 공학 목재를 가구로 변환한다. 다른
한 명은 벌목 현장에서 버려진 나무를 수집해 목선반으로 깎고, 한 명은 톱밥을 천연 바인더와 섞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신소재를 제안한다.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나무는 판재 이상의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후 2-3년 사이, 이 질문은 개인 공방의 실험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소재
산업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글로벌 바이오 복합소재 시장은 2025년 317억 달러에 달하였고, 그중 목재 섬유 부문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톱밥 복합재, 버섯균사체
기반 건축 자재, 목재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이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공방에서 직관적으로 시작한 실험들이, 이제
과학과 산업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 글은 인터뷰를 출발점으로, 각 작가의 작업이 2026년 바이오소재 트렌드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추적하고자 한다.구오듀오
— 나무와 가공법의 무한한 조합구오듀오(Kuo Duo)는
가구와 오브제를 바탕으로 제품, 공간 등을 디자인하고 기획하는 디자인 듀오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나무라는 소재가 가진 가능성의 폭을 이렇게 이야기했다."나무는 아직도 알아갈 점이 많은 재료예요. 종류도 가공법도 정말 다양하니까요. 흔들리는 그리드를 나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면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얇은 띠톱을 사용해서 손 가는 대로 잘라 곡선 체크 패턴을
만들어봤어요. 두 종류의 나무를 섞어보니까 자연스럽게 간격끼리 톤 차이가 나타나더라고요."(1)
Mix Wood, 구오
듀오(Kuo Duo), 2023얇은 띠톱으로 곡선을 자르고, 두 수종을 섞어 톤 차이를 만드는 작업은 나무의 물성을 시각적 언어로 전환하는 실험이다. 그런데 구오듀오의 탐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나무의 표면을 변형하는 또 다른 기법도 들려주었다.(2)
Peel Wood, 구오
듀오(Kuo Duo), 2023"나무를 나일론 브러시로 벗겨내면 고유의 결은 남고 부드러운
부분은 다 갈려 나가요. 여기에 염색하면 수채화처럼 색을 흡수해서 결이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불로 장작을 채색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태울 때 그을리는
색이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3)
Fire Wood, 구오
듀오(Kuo Duo), 2023나일론 브러시로 연한 부분을 갈아내 결을 드러내고, 염색하고, 불로 태우는 기법은 나무에 전혀 다른 표정을 부여한다. 구오듀오는 이 기법들에 이름을 붙였다. 'Mix Wood'는 서로
다른 수종을 섞는 엔드그레인 기법이고, 'Fire Wood'는 일본의 야키스기(焼杉)와 한국의 탄화 기법을 응용한 시리즈이며, 'Peel Wood'는 나무 표면을 벗겨내는 텍스처 작업이다. 이
세 기법을 '워드 플레이(Word Play)'라는 방법론으로
묶어, 전통 목공 기법과 다양한 소재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구축했다.(4)
Mix Wood, 구오
듀오(Kuo Duo), 2023<span style="font-family:
" apple="" sd="" gothic="" neo="" medium""="">그리고 2025년, 메종&오브제(Maison
& Objet) 파리에서 구오듀오는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Rising Talent Awards)'에 선정되었다. 35세 이하
디자이너 7팀 중 하나로 선정된 이 상은, 공방에서 시작한
나무 가공법 실험이 글로벌 디자인 업계의 '새로운 세대'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나무를 자르고, 태우고, 벗기고, 섞는 행위가 '미래의
디자인'으로 읽히는 시대. 구오듀오의 궤적은 소재 실험이
어떻게 국제적 디자인 언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이종원 — 순환된 재료의 재순환이종원은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가구 디자인 석사과정에 있다. 그의 작업의 출발점은 하나의 고민이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가구를 제작할 때 주로 쓰는 재료가 역할을 다하고 나면
더 이상 순환되지 못한다는 점이 항상 고민이었어요."가구의 수명이 다하면 소재도 끝날 수 밖에 없는 이 단절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이종원이 찾은 답은 이외의 재료에 있었다."공학 목재인 패럴램(PSL)은
건축의 뼈대로 쓰이는 재료예요. 벌목 과정에서 나오는 조각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목재의 얇은 판을 잘라
결합하고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합니다."패럴램(Parallel
Strand Lumber, PSL)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건축 현장에서
기둥과 보로 쓰이는 공학 목재로, 합판이나 LVL(단판적층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나무를 압착해 만든다. 이미 한 번 '순환'을 거친 재료인 셈이다. 이종원은
이 건축자재를 가구의 소재로 전환했다.(5)
Primitive Structures, 이종원, 2023"부드럽기도 하지만 외부 충격에 강하고 쉽게 휘지 않아요. 소재 자체의 패턴이 강렬하기 때문에 조각한 패럴램끼리 이어 붙였을 때 크게 티가 나지 않아요. 건축자재이다 보니 소재가 규격에 맞춰져 있어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미 순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재료가 한 번 더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에요."(6)
Primitive Structures 작품
제작 과정, 이종원, 2023한 번 순환된 재료를 다시 한 번 순환시킨다. 이 이중 순환의 개념은 이종원의 작업 정체성이다. 패럴램의 단면은
나무 가닥들이 켜켜이 쌓인 퇴적층 같은 패턴을 드러내는데, 이종원은 이 자연스러운 텍스처에서 한국의
고인돌을 연상했다. 그가 'Primitive Structures(원시적
구조물)' 시리즈로 발전시킨 작업은, 건축 폐목재로 만든
작은 테이블과 스툴이 마치 선사시대 거석 구조물처럼 보이는 독특한 가구다. 한쪽 면은 조각적 양각이고, 반대쪽은 거울을 넣은 음각이다. 퇴적층의 시간성과 고인돌의 원시성이
하나의 가구 안에서 만난다.(7)
Primitive Structures 작품
제작 과정, 이종원, 20232026년, 공학 목재의
활용 범위는 건축을 넘어 가구와 인테리어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CLT(직교집성판)를 가구에 적용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고, 공학 목재의 교차 적층 패턴이
오일이나 자연 마감재와 만나면서 고유한 미학적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이종원의 패럴램 작업은 이 흐름의
선두에 있다. 건축 자재를 가구의 주재료로 격상시키는 동시에, '순환된
재료의 재순환'이라는 개념적 프레임을 제시한 점이 주요하다고 할 수 있다.초남이
홍진 — 버려진 나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초남이 홍진은 국민대학교에서 입체 미술을 전공했다. 2022년 신당창작아케이드 13기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고, KCDF 공예·디자인 공모에서 전시 신진 작가 부문에 선정되어 KCDF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였다. 그의 작업은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되었다."성장할 수 있는 나무를 누군가가 베어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주로 벌목 현장에서 나무를 수집해요. 버려진
나무를 우연히 발견할 때도 있는데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벌목 현장에서, 도시
재개발 현장에서, 그리고 방치된 여러 곳에서, 버려진 나무를
줍는다. 그러나 주워 온 나무를 바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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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텍스프리
디퓨저-숯, 초남이 홍진,
2023
"주워 온 나무를 바로 사용하지는 않고 3년에서 5년 정도 자연 숙성을 거쳐요. 베어진 나무라도 수분이 빠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수집한
날짜도 기록해 두고요."3년에서 5년의
자연 숙성하고 수집한 날짜의 기록하는 과정은 나카시마 공방이 원목을 수년간 공기 건조시키는 것과 닮아 있다. 시간이
소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숙성이 끝난 나무는 목선반 위에서 새로운 형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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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텍스프리
디퓨저-숯 작품 제작 과정, 초남이 홍진, 2023
"나무 조각을 목선반 기계에 고정하고 회전시켜 깎아내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똑같은 모양이 나와요. 이후 풀, 꽃잎, 황토, 숯 등의 천연 재료로 채색합니다. 한번 버려진 나무가 저로 인해 또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목선반으로 깎아 대칭적 형태를 만들고, 꽃잎과 황토와 숯으로 색을 입힌다. 화학 도료가 아니라 자연에서
온 재료로 자연에서 온 나무에 색을 돌려주는 것이다. '한번 버려진 나무가 저로 인해 또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 마지막 문장에 초남이 홍진의 작업 윤리가 응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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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텍스프리
디퓨저-숯 작품 제작 과정, 초남이 홍진, 2023
인터뷰 이후 초남이 홍진은 이 작업을 'Tree in Tree(나무 속의 나무)'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죽은 나무를 깎아 다시 나무 형태의 조각으로 만들고, 화분에 심는다. 사비나미술관에서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업사이클링을 넘어, 버려진
나무에 '다시 살아가는' 서사를 부여하는 치유적 행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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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텍스프리
디퓨저-숯 작품 제작 과정, 초남이 홍진, 2023
2026년 친환경 가구 시장에서 업사이클링과 구조 목재(salvaged wood)는 더 이상 틈새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트렌드'에서 '새로운
럭셔리의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소재의 출처와 이력이 가구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원래 어디에 있던 나무인지, 누가
수집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가구가 되었는지와 같은 소재의 서사가 곧 소재의 정체성이 된다. 초남이 홍진이 수집 날짜를 기록하고 3-5년을 기다리는 행위는, 바로 이 서사를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윤석현 —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나무윤석현은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인간과 웰빙(Man and Wellbeing)' 전공으로 르네 스미츠
어워드를 수상하며 졸업했다. 2019년 스튜디오 윤석현을 설립하고, 네덜란드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뉴욕, 밀라노, 파리, 런던 등의 국제 갤러리와 협업하고 있다. 그의 출발점은 공방의 작은
실험이었다."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소재가 그냥 버려져요. 제가 있는 아틀리에의 공동 나무 작업장에서도 커다란 자루에 톱밥을 모아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며 여러 실험을 해보다가 톱밥과 천연 바인더를 섞어보았어요."
(12)
Wooden Plastic, 윤석현, 2023
톱밥은 목공 작업장이라면 어디든 나오는, 그리고 대부분 버려지는 부산물이다. 윤석현은 이 톱밥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실험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원하는 색과 질감에 따라 재료를 적당한 비율로 섞고 끓는
물에 중탕한 후 틀에 부어 캐스팅하거나 손으로 반죽하며 모양을 잡아나갔습니다. 간단한 공정만으로 재료를
변형하고 다시 성형하는 것이 가능했죠. 단단해지면 가구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해요. 더구나 폐기되어도 생분해되는 지속 가능한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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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Wooden Plastic, 윤석현, 2023
틀에 부어 캐스팅하거나,
손으로 반죽해 모양을 잡는다. 플라스틱처럼 성형 가능하면서도, 폐기 후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가볍고, 단단하고, 생분해되는 특성은, 나무에서
출발했지만 나무의 형태를 벗어난다. 즉, 톱밥은 판재도 각재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물성의 재료가 된다. 윤석현은 이 작업의
지향점을 분명히 밝혔다."일상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환경, 사회, 산업과 디자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어요. 나무로 대안 플라스틱을 제안하고자 시작한 작업이에요."'나무로 대안 플라스틱을 제안한다’는 것이 윤석현 작업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제안은 2026년에 전혀 다른 무게를 갖게 되었다. 글로벌 바이오 복합소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중 목재 섬유 기반 소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톱밥, 목재 분말, 섬유소를
천연 수지나 바인더와 결합하는 소재 연구가 자동차 내장재, 건축 패널,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톱밥 기반 탄화 복합재가 기존 시멘트 대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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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Wooden Plastic, 윤석현, 2023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마이셀리움(균사체) 기반 건축 소재가 주요 설치물로 등장했고, 톱밥과 자연 바인더를 결합한 건축 패널 프로젝트 '스물드(Smuld)'가 디네센 바닥재 회사와 협업으로 발표되었다. 윤석현이
아틀리에에서 시작한 톱밥 실험이, 이제 건축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공방에서
산업으로, 직관에서 과학으로이 네 명의 크리에이터를 만났을 때, 이들의 작업은 서울과 네덜란드의 작은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 실험이었다.
톱밥을 반죽하고, 패럴램을 조각하고, 버려진
나무를 줍고, 나무를 태우는 행위는 산업이라기보다 탐색에 가까웠다.그러나 2-3년
사이, 그 탐색의 방향이 산업의 방향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바이오
복합소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공학 목재가 건축을 넘어 가구로 이동하고,
업사이클링이 럭셔리의 기반이 되고, 톱밥 기반 건축 자재가 발표되는 2026년의 지형 위에서, 네 개의 공방이 던진 질문—나무는 판재와 각재 이상의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은 더 이상 공방
안의 질문이 아니다.가공법이 이동하고, 소재가
순환하고,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나무는 나무 이상의 것이 된다.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그 변환의 출발점이 반드시 거대한 연구소가 아니라 작은 공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지 출처:(1-14) 매터매거진(Matter Magazine)
©맹민화 | 일부 작가 제공· 해당 게시물은LABMZERO와의 협약을 통한 KIDP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 외부 채널에 게재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99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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