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us] 2024 밀란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 CMF동향
2024-08-13 377
2024 밀란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 CMF동향
올 해 밀란 디자인위크에 선보인 다양한 전시작품들은 창의적이면서도 풍부한 영감을 주는 소재를 곳곳에서 사용하였다. 매끈한 터치스크린이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물리적인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재질감과 재료 고유의 특성을 보여주는 감성적인 무드에 더 반응함에 따라, 이를 잘 표현하는 머티리얼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또한, 유럽연합이 기업에 인권과 환경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 유럽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제품 내 내추럴 원료 함유량 표기 및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증가하고, 재료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공정에 대한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관심이 증폭되었다.
Material Appeal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의 제품 소재 내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핀란드의 머티리얼 제조업체 듀랏(Durat)은 세계 최초로 80% PET레진과 재활용 솔리드 표면을 결합한 견고한 듀랏 플러스(Durat Plus)를 선보였다. 미묘한 질감을 가지며 상당히 균일한 외관을 지니고 있는데, 플라스틱 병에 사용되는 재활용 PET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탄소 발자국은 기존 자사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독특한 외관과 내구성 및 유지 관리의 편의성과 환경 친화적 솔루션이 필요한 주방 조리대, 세면대, 싱크대 등 다양한 맞춤형 가구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이탈리아 인도어 & 아웃도어 리빙 브랜드 파올라 렌티(Paola Lenti)는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Nendo)와 협력하여 자사의 시그니처 메시 패브릭인 마리스(Maris)의 남는 조각을 업사이클링한 홈 액세서리 및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소재는 100% 폴리올레핀(polyolefin)으로 내구성 높고 빠르게 마르며 방수 기능이 있으며 생산과정에서 남아 버려지는 머티리얼에 새로운 기능과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에 활용되었다. 넨도는 이러한 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탐구하고 삶의 단순한 즐거움에 감사하고 환경에 대한 존경심을 부양하고자 했다”고 밝히며 “정신과 물질, 지속 가능성 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한편, 욕실 & 주방 브랜드 콜러(Kohler)는 살로네 델 모빌레 전시장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사용한 세면대의 첫 선을 보였는데 이는 사내 웨이스트랩(WasteLAB)에서 개발되었으며, 세라믹과 주철로 구성된 폐기물 비율이 70% 이상이며 내추럴 화강암과 같은 외관과 질감을 가지고 있다.
또, 매년 많은 관람객을 줄세우는 구글(Google) 전시에서는 미국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큐레이팅을 맡아 관람객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또 실무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심도깊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또한 “What does color feel like?”라고 질문을 던지며 “컬러의 촉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재질감과 컬러가 조금씩 다른 조약돌을 선반 위에 늘어놓고 직접 만지는 인터액티브 경험을 제안했다. 이는 디지털 화면에 익숙한 관람객들이 조약돌의 각기 다른 컬러와 텍스처를 느끼며 UX측면의 소비자 경험을 창조하는 구글 디자이너들의 작업방식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Story of Colors
또한 일본의 대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는 2017년 밀라노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매년 디자이너, 예술가 및 크리에이티브 그룹과의 협업을 통하여 ‘디자인의 역할’을 보여주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네덜란드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위 메이크 카페트(We Make Carpets)’과 협업하여 ‘접고 주름 만들기(Fold and Crease)’라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아방가르드 디자인의 정교한 장인정신과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60,000개의 작고 얇은 대나무 스틱을 수작업으로 하나씩 끼워 넣어 섬세하게 제작했다. 창작자의 오랜 기간 인내와 집중력을 느끼게 하며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인 리듬감과 함께, 만지면 찔릴 것 같은 감촉 등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크리에이터 그룹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이 설치될 장소와 맥락을 검토한 후 선택한 재료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화려한 기기나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한 노동집약적 행위에 기반을 두고 재료를 신중하게 배치하고 배열하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마치 퍼포먼스와 같이 작업 방향과 목표에 대해 사전 합의 없이 서로의 변주와 패턴에 반응하며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요즈음 이탈리아 예술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부부 디자이너, 드라가 & 아우렐(Draga & Aurel) 은 닐루파 갤러리(Nilufar Gallery)에서 틴티드 휴(Tinted Hues)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컬러풀하며 반사 효과를 지닌 머티리얼과 에폭시 수지 및 루사이트(Lucite)를 사용하여 빛과 컬러에 반응하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다. 루사이트는 아크릴 수지의 일종으로 투명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날씨와 자외선에 대해 저항력이 강한 특징을 지니는데 이 소재를 통해 세련된 분위기 속에 유쾌하면서도 몽환적인 무드에서 매끄러운 형태감과 미묘한 색조를 구현하였다. 특히 루사이트에 차가운 컬러(블루, 라일락, 그린)을 적용함으로써 깊이감과 3차원적인 느낌을 연출하면서 전체적으로 매혹적인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한편, 미국의 프리미엄 욕실 & 주방 브랜드 콜러(Kohler)는 이태리 고전미를 느끼게하는 팔라쪼 델 세나토(Palazzo del Selnato)에서 모던하고 강렬한 오렌지색 파이프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잡아당겼다. 이는 마치 아방가르드 조각작품처럼 파이프 라인과 신제품 변기를 작품처럼 보여주고 1967년 브랜드가 선보였던 아이코닉 제품인 ‘타이거 릴리(Tiger Lily)’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오렌지 컬러를 현대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또한, 소파와 같은 가구 컬렉션에서는 소프트 무드가 두드러졌다. 넉넉한 형태의 소파와 라운지 체어, 스툴은 바닥 가까이에 낮게 배치되어 캐주얼하면서도 편안한 미학을 연출하며, 사용자들이 앉아 더 오래 머무르게 유도했다. 특히, 베개나 매트리스 같이 올록볼록하고 푹신한 모양과 구조는 기대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하며 부드러운 행복감을 더해준다. 태양빛은 새벽부터 황혼까지의 여정과 긍정적인 따뜻함, 조명의 힘으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면서 채도가 오렌지, 머스타드 브라운, 옐로우 등 따스함을 머금은 색조가 인테리어 전반에 차분함을 부여했다.
한편, 절제된 컬러는 컬러풀 인터레어 무드와 디지털 쇼케이스에 시각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맥시멀리즘의 화려함과 표현력에 반기를 들고 아름다움 자체의 가치와 본질을 탐구하려는 디자이너들은 장식적인 데코레이션이나 컬러 바리에이션을 줄이고 심플하고 단아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시에서는 맥시멀리즘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와 반대되는 경향으로 소프트하며 시적인 디자인과 함께 내추럴 무드와 뉴트럴 컬러를 제안하는 브랜드도 눈에 많이 띄며 다음 시즌의 컬러 방향성에 궁금증을 더했다.
Fendi
자료 제공 및 이미지 출처 : 스타일러스코리아, draga-aurel.com, www.studiokohler.com, Kate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