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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01: 원목 가구 르네상스(Wood Furniture Renaissance)

2026-08-31 184

Wood 01

원목 가구 르네상스(Wood Furniture Renaissance)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의 세대 전환, 2026년 원목 가구 르네상스

 

 

미라 나카시마, 나무의 시간을 잇는 사람

미라 나카시마(Mira Nakashima)는 1990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조지 나카시마의 뒤를 이어 현재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George Nakashima Woodworkers)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전통과 현대, 건축과 공예를 결합한 조지 나카시마 가구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록펠러 가문, 그리고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쪼개진 부분이나 불탄 흔적까지 포용하는,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 미라 나카시마(Mira Nakashima), 2023

 

인터뷰를 통해 미라 나카시마를 만났을 때, 그녀는 아버지의 가구를 한마디로 '시부이(渋い)'라고 정의했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수수한. 사람으로 치면 깊고 진중하다는 뜻이다. 인터뷰에서 미라는 아버지 조지가 안토닌 레이먼드 건축 사무소에서 가구의 건축적 뿌리를 형성한 과정, 나무를 고르고 건조하고 가공하는 수년에 걸친 과정, 그리고 합판과 플라스틱의 시대에 원목만을 고집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는 믿음,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디자인이 결국 클래식이 된다는 확신, 그리고 자신이 떠난 후에도 공방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백까지 그녀의 입을 통해 조지 나카시마의 인생을 읽을 수 있었다.

 

(2, 3)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와 미라 나카시마(Mira Nakashima) 어린 시절 모습

 

인터뷰가 이루어진 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였다. 미라는 2024년 백악관 국빈 만찬 테이블을 제작했고, 2025년 이사무 노구치상을 수상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함께 공방 건물군의 역사적 보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리고 더 넓은 지형에서는, 미라와 아버지가 수십 년간 지켜온 가치들—천연 소재에 대한 존중, 수공예의 고집, 세대를 넘기는 내구성,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이 2026년 가구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슬로우 퍼니처 운동, 와비사비의 글로벌 확산, 목재의 탄소 저장 가치 재발견, 그리고 디지털 가공 시대에 수공예가 갖는 동시대적 의미까지.

 

이 글은 미라 나카시마 인터뷰를 출발점으로 삼되, 그녀의 말들이 2026년의 데이터와 트렌드 속에서 어떤 의미를 획득하는지 추적한다. 장인의 직관이 과학과 만나는 지점과 공방의 철학이 글로벌 디자인의 방향과 겹쳐지는 지점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뉴호프의 아침과 2026년의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뉴호프. 82세의 미라 나카시마는 매일 아침 같은 루트를 걷는다. 워크숍에서 목재 커팅과 나비장 작업을 점검하고, 쇼룸과 피니싱 룸을 거쳐 코노이드 스튜디오의 디자인 본부에 앉는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일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4)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George Nakashima Woodworkers) 공간

 

"우리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자연이 밖에서 하는 일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죠."

 

그녀의 인터뷰는 2026년 현재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글로벌 가구 시장이 6,918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친환경 가구 시장이 연평균 8.6% 성장률로 2030년 838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자연의 일을 반영하는 가구'는 더 이상 장인의 신념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이 되고 있다.

 

슬로우 퍼니처 — 패스트 퍼니처에 대한 반작용

2025-2026년, '슬로우 퍼니처(slow furniture)'라는 용어가 서구 인테리어 업계를 관통하고 있다. 대량 생산 가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이 움직임은 구체적인 소비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소비자의 76%가 친환경 가구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고, Z세대의 68%는 천연 소재 가구를 선호한다. 62%는 중고 가구를 구매하면서까지 프리미엄 품질에 접근하려 한다.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5) 코노이드 책상(Conoid Desk)

 

주목할 것은 이 움직임의 핵심 가치가 '추적 가능한 원산지(traceable origins)'와 '세대를 넘기는 내구성'이라는 점이다. 미라 나카시마는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전한 바 있다.

 

"아버지는 해가 바뀌거나 시즌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유행을 조장하는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좋은 디자인은 언제나 좋은 디자인이고,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충분히, 오래 지속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클래식이 되는 것 아닐까요?"

 

반세기 전의 이 철학은 2026년 슬로우 퍼니처 운동과 맞닿아 있다. ‘타임리스 클래식’은 미학적뿐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재의 원산지와 내구성에 대한 고려는 가구의 수명을 늘리고 이는 지속가능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나무의 영혼, 탄소의 언어

조지 나카시마는 나무에 영혼이 있다고 했고, 미라는 그 말의 기원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아버지는 그저 뭔가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어요. 태평양 연안 북서 지역에서 등산과 캠핑을 하며 자라서 그런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나무에 대한 경외심과 우정, 존경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는 일본 미학을 관통하는 신토 신앙—자연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의 전통 신앙—에 대해 알게 됐고요."

 

낭비에 대한 혐오와 어린 시절 숲에서 형성된 경외심은 자연스럽게 ‘나무의 영혼’이라는 철학이 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2026년, 과학이 이 영혼에 탄소 저장(Carbon Storage)이라는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다. 나무는 자라는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가구로 가공된 후에도 그 탄소를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간 내부에 가둬둔다. 콘크리트나 철강으로 지은 건물이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연구는 목재가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후 각국 정부가 공공 건물에 매스 팀버(mass timber)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6)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George Nakashima Woodworkers) 목재 창고

 

나카시마 공방의 나무 선별 과정은 이 과학적 발견보다 수십 년을 앞서간 실천이었다. 미라는 나무를 고르는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자랐지만, 여러 이유로 벌목해야만 하는 나무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집 혹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거나 주택을 덮을 위험이 있는 나무죠. 썩은 부분이 있나 확인하고요. 특히 벌목꾼은 나무껍질이나 나뭇가지를 보면 이것이 좋은 원목이 될 수 있는지 분간할 수 있어요."

 

건강한 숲의 나무를 베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라야 할 이유가 있는 나무를 택하고, 그 나무의 모든 부분을 살리는 방식으로 선택한다. 갈라진 틈은 나비장으로 잇고, 벌레 먹은 흔적은 결함이 아니라 생애의 기록으로 남기고, 불에 탄 자국마저 디자인의 일부로 포용한다. 폐기를 최소화하고 소재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이 방식은, 오늘날의 용어로 바꾸면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의 원형이다. 

 

"원목을 가공할 때 이 나무가 무엇이 되고 싶어 할지 상상해야 합니다. 가장 적당한 각도와 굵기로 자르는 걸 염두에 두고 작업하죠. 라벨을 붙이고 몇 해 동안 공기 중에 건조시킨 후 그중 10%만이 인공 건조에 들어가게 됩니다."

 

수년간 공기 중에 건조시키고, 그중 극히 일부만 인공 건조에 들어가는 이 느린 과정 자체가 나무 안의 탄소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목재의 탄소 저장 효과를 연구하기 한참 전에, 나카시마 공방은 나무를 서두르지 않는 것이 나무를 존중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70년 전 장인의 직관이 오늘날 기후 과학과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은, 나무를 '소재'가 아니라 '존재'로 대하는 앞선 태도를 보여준다.

 

 

CNC 시대의 손 — 디지털 가공과 수공예의 긴장

미라는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왜 처음부터 원목만을 고집했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는 항상 합판이나 금속,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면 당장 그만둘 것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쭉 원목을 고집한 거죠. 우리의 디자인에서 나무와 나무로 만든 것들은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나무 안에는 그 자체의 삶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나카시마가 활동하던 1950-60년대는 합판, 플라스틱, 성형 합금이 '혁신'의 이름으로 가구 디자인을 바꾸던 시기였다. 임스 부부의 합판 의자, 사리넨의 튤립 체어가 산업 디자인의 아이콘이 되던 때에, 나카시마는 손대패와 나비장으로 원목 가구를 만들었다. 그 선택은 당시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7) 코노이드 의자(Conoid Chair)

 

2026년, CNC(컴퓨터 수치 제어) 라우터와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결합은 맞춤형 가구를 대중적 가격에 가능하게 했다. 3D 프린팅으로 빠르게 목업을 만들고, 하나의 기계에서 재단과 드릴링과 샌딩을 동시에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장비가 제조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 가공은 정밀하고, 빠르고, 반복 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흐름도 감지된다. 디지털 가공이 확산할수록, 역설적으로 수공예 기술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고 있는 것이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것—나무의 결을 손으로 읽는 감각, 소재와의 대화, 비규격적인 것을 다루는 유연성—에 대한 갈증이 기계의 발전과 나란히 커지고 있다.

 

이 긴장의 정확히 가운데에 나카시마 공방이 있다. 미라는 공방의 구조가 일반적인 가구 제작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수와 디자이너의 차이는 큽니다. 목수는 도구, 재료,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실질적인 작업을 하는 반면 디자이너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드로잉을 하죠. 나카시마에서는 디자이너가 목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제작 디테일이 있을 경우 매장에서 근무하는 실무 작업자와 논의하기도 해요."

 

일반적인 가구 산업에서 디자이너는 컴퓨터 앞에서 도면을 그리고, 공장은 그 도면대로 기계를 돌린다. 디자인과 제작이 분리되어 있다. 나카시마에서는 이 둘이 결코 다르지 않다. 나무의 결을 읽는 손이 곧 가구를 디자인하는 손이기에, 소재의 물성이 설계에 직접 반영된다. 나무 한 그루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옹이의 위치, 결의 방향, 갈라짐의 깊이—이 디자인의 일부가 되는 것은 이 구조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미라는 아버지가 이런 접근을 가능하게 한 배경도 설명했다.

 

"아버지가 일본 건축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건축 소재인 목재를 존중하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 제대로 된 건물의 소재를 모으고 조립하는 과정이 실제 시공 과정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소재를 모으고 준비하는 시간이 만드는 시간보다 길다는 인식. 이것이 CNC 가공과 나카시마의 근본적 차이다. CNC는 제작 시간을 줄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지만, 나카시마는 제작 이전의 시간—나무를 고르고, 건조하고, 읽고, 상상하는 시간—에 가치의 무게를 둔다.

 

(8) 라운지 체어 & 오다큐 캐비닛

 

2024년 9월, 아일랜드 코크에서 열린 조지프 월시 스튜디오의 'Making In' 심포지엄에서 미라 나카시마는 건축가 시게루 반,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과 같은 무대에 섰다. 시게루 반은 종이 튜브와 목재로 재난 구호 건축을 짓는 건축가이고, 반 헤르펜은 3D 프린팅과 레이저 커팅으로 오트쿠튀르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들과 손대패에 의존하는 나카시마가 같은 포럼에 초대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수공예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의미 있는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무가 건너는 시간

조지 나카시마가 1990년에 세상을 떠난 후, 미라 나카시마는 35년 넘게 공방을 이끌어 왔다. 그 시간 동안 가구 산업은 대량 생산, 디지털 가공, 패스트 퍼니처의 시대를 거쳤다. 나카시마 우드워커스는 그 물결 위에서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옆에 서서 다른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2026년, 세계가 향하는 방향이 나카시마가 이미 서 있던 곳과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슬로우 퍼니처 운동은 세대를 넘기는 가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탄소 과학은 나무를 존중하는 태도에 정량적 근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나카시마 철학의 지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9)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George Nakashima Woodworkers) 공간

 

미라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오래 지속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클래식이 되는 것 아닐까요?"

 

나무의 삶을 존중하라는 아버지의 선언은 반세기 전에는 장인의 고집으로 들렸다. 2026년에는 과학, 정책, 시장, 미학이 동시에 도달한 결론으로 읽힌다. 나무의 영혼이 시간을 건너듯, 장인의 철학도 세대를 건넌다.


 

이미지 출처:

(1-9) 매터매거진(Matter Magazine) ©맹민화

| 일부 조지 나카시마 우드워커스(Goerge Nakashima Woodworker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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