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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의 신개념 메탈

2023-08-01 646

기후 위기 시대의 신개념 메탈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침에 따라 제품의 원료 선택부터 생산 공정 및 유통 과정의 투명성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류 문명을 크게 발전시킨 주인공인 메탈의 경우,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기후 위기의 중대한 원인으로 손가락질 받음에 따라, 관련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저탄소 메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무탄소, 탈탄소를 내세우며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포착된다. 특히 전기차 산업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차체 무게를 줄이는 초경량 메탈에 대한 관심을 크게 보이고 있다. 한편,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제품에 부여하면서, 탄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 예로, 원초적이면서 유기적인 미학을 받아들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를 허용하고, 원시적인 형태를 기반 삼아 과도하게 가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토양 속에서 자연스러운 산화효과를 만들어내는 금속공예가 Adi Toch, 원초적인 알루미늄의 크러스트를 활용하는 Studio ThusThat, 무탄소 철강을 개발 중인 SSAB, Vestre의 무탄소 철강을 활용한 벤치, ELYSIS의 무탄소 알루미늄,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 NemAlloy 사례를 살펴본다. 



 

1. Adi Toch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금속공예가 아디 토흐(Adi Toch)는 금속, 그중에서 구리로 그릇을 만든 후 흙 속에 묻어 다채로운 파티나 녹청을 만들며 자연에서의 산화 과정에 의한 매혹적인 표면 피니싱을 표현한
다. 그의 작업 [
Shrouded]​는 자연의 흔적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시리즈로 토양의 특성에서 비롯된 예상치 못한 색상과 질감을 진흙, 물, 광물, 공기, 시간과 함께 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올 9월에 크래프트 비엔날레 출품 예정인 [Urns]는 유골 단지 모양의 원시적인 금속 그릇과

오브제에 사해의 진흙을 덮고 5개월 동안 땅에 묻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다색의 파티나와 부식이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변형은 땅으로 돌아간 금속이 보여주는 생명의 단계이자, 잊혀진 것을 세상으로 꺼내는 고고학적 발굴의 맥락을 전달한다.



 

 

 


Shrouded

 
 

 


Urns



2. Studio ThusThat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스튜디오 더스댓(Studio ThusThat)은 산업 폐기물 리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구리 광산에서 채굴한 원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인 슬래그를 저탄소 콘크리트의 대안물로 삼은 가구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작년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발표한 ​[Crust]는 알루미늄을 주조하는 1차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용융 알루미늄 덩어리를 약 25톤 무게의 거대한 블록으로 선보였다. 표면에는 거친 물결 모양의 텍스처가 남아있는데, 이를 얇게 잘라내는 가공을 통해 최소한으로 다듬어 알루미늄이 필요한 다른 제조업체로 넘기고 이 때 잘라낸 거친 껍질 같은 부산물인 크러스트를 활용해 특유의 질감과 미학을 유지한 가구로 재탄생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하며, 금속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큰 어려움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분해와 재조립을 통해 손쉽게 관리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Crust




3. SSAB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유해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제철 과정에 그 원인이 있는데, 고로에 석탄과 코크스를 넣고 태워 1,500도 이상의 고온 상태에서 철광석을 녹인 후 철을 뽑아낼 때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을 일으키며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래에는 수소 환원 제철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석탄이 아닌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부산물로 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철 산업은 철광석 채굴부터 철을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 거대 규모의 생태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제철 방식이나 고로만 교체한다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스웨덴의 글로벌 철강업체 SSAB는 철광석 채굴 업체인 LKAB와 대체에너지 전문 기업인 Vattenfall과 협업해 철 덩어리 채굴부터 제철까지 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 HYBRIT(Hydrogen Breakthrough Ironmaking Technology)를 2016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즉, LKAB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로 기계를 구동하여 철광석을 채굴하면 SSAB는 Vattenfall에서 공급받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 환원 제철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프로세스이다. 2021년 SSAB는 마침내 무탄소 강철 시제품을 출시했고, 이를 기념해 스웨덴 디자이너 레나 베리스트룀은 세계 최초 무탄소 강철 조각을 활용한 오브제인 [A piece of the future]를 발표했다. 이후 SSAB의 무탄소 강철은 작년 3분기부터 볼보 트럭에 실제로 쓰이고 있으며, SSAB의 계열사인 Ruukki Construction은 올 해 샌드위치 패널, 파사드 클래딩, 루프 등 건축 자재를 무화석 연료 철강으로 만들어 세계 최초로 시장에 출시했다.





 

 


4.Vestre

스웨덴 가구 브랜드 베스트레(Vestre)는 올해 SSAB의 무탄소 철강을 사용해 세계 최초 무탄소 프로세스 메탈 가구를 공개했다. 이는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도시형 벤치인 텔루스(TELLUS)로 스웨덴 디자이너 엠마 올베르스가 제안한 지속가능한 벤치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으며, 재료를 적게 사용하면서 강도를 유지하고 메탈 특유의 느낌과 촉감을 지닌 채 시각적인 매력과 함께 사용하기 편안한 공간 구성을 목표로 한다. 무화석 원료로 탁월한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한 이 작품은 가장 진보된 형태의 친환경 금속 가구로 꼽힌다.




 

 


5. ELYSIS

미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알코아(Alcoa)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금속 채굴회사로 글로벌 알루미늄 생산업체를 소유 중인 리오 틴토(Rio Tinto)는 2018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엘리시스(ELYSIS)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고, 여기에는 미국의 애플(Apple)도 함께 참여했다. 엘리시스는 세계 최초로 탄소 없이 알루미늄을 제련하는 기술을 가졌는데, 이는 알루미나에서 알루미늄을 분리할 때 생기는 산소가 어느 무엇과도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실제 생산에 적용해 직접적인 탄소 배출 없이 제조한 엘리시스 알루미늄은 애플 16인치 맥북 프로 및 작년에는 아이폰 SE에도 쓰였으며 BMW의 전기차에도 납품될 계획이다.




 

 


6.
Nemak

모빌리티 산업에서 에너지 사용 감축을 위한 차체 경량화 기술을 중시함에 따라 기존 재료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신개념 메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멕시코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네마크(Nemak)가 개발한 네말로이(NemAlloy)는 기존 알루미늄 합금보다 최고 35% 가벼운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 제품으로 재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열처리를 하지 않아 제조 및 공정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얇은 벽 형태로 간단하게 주조할 수 있으며,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하고 단순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알루미늄 합금인 네말로이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에서 탐낼 만한 재료이며 ‘Altair Enlighten Award 2022’의 미래 경량화 부분에서 위너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료 제공 및 이미지 출처

스타일러스코리아, Adi Toch , Studio ThusThat, SSAB, Volvo, Ruukki Construction, Vestre, ELYSIS, Apple, Altair Enlighten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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