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us] 지속 가능한 공간을 위한 혁신적인 건축자재
2023-09-21 1093
지속 가능한 공간을 위한 혁신적인 건축자재
현대 건축에서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연관성이 높으며 관련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며 저탄소 콘크리트 및 시멘트 대체재를 활용한 건축용 블록을 개발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는 철강처럼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 손을 대야 하는 점도 있지만, 기존 산업이 지닌 편리함과 안전함의 장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연의 지혜를 연구해 탄소 중립을 꿈꾸는 현대 건축 재료 중 혁신적인 사례를 살펴본다. 고도의 공학적인 계산에 의존하지 않고 재료와 구조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해 사용되는 콘크리트, 시멘트, 벽돌, 패널 사례를 통해 미래 건축의 단면을 그려본다.
1. Fabula
도쿄대학교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인 파불라(Fabula)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대표적인 폐기물인 음식물 쓰레기를 건축 자재로 탈바꿈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진공 건조 및 분쇄하고 물, 향신료와 섞은 후 고온의 틀에 넣고 압착한 시멘트 대체재를 개발했다. 이는 가정용품, 가구 및 임시 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건축자재로서 일반 콘크리트보다 굽힘에 대한 저항력이 4배 더 강한 특성을 지닌다. 배추, 커피 찌꺼기, 과일 껍질을 주원료로 하여, 내추럴 컬러와 향기를 지닐 뿐 아니라 잘게 부숴 끓이면 먹을 수도 있는 생분해성 머티리얼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올해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 일본의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파빌리온 〈Veneti-An Tea House〉에 적용되기도 했는데, 7천 개가 넘는 종이 튜브를 연결해 구조를 지탱하는 2천여 개의 조인트는 버려진 파스타를 원료로 했고, 내부의 74개 패널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시멘트로 만들었다. 베네치아에서 흔한 로컬 푸드인 파스타와 커피를 재료로 한 작품으로, 조인트의 내구성은 표준 콘크리트와 유사하다고 건축가들이 인정할 정도였다.
2. Biohm
영국의 바이오 소재 업체 바이옴(Biohm)은 음식물 쓰레기, 톱밥 등을 먹이로 하는 버섯 균사체를 대규모로 재배한다. 이 균사체가 몇 주에 걸쳐 성장한 후에는 수확하여 건조한 후 벽돌 모양의 패널을 만들어 낸다. 이 건축용 버섯균사체 패널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패널을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벽, 지붕, 천장, 바닥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올해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세워진 헤이즈 파빌리온(Hayes Pavilion)은 이벤트 업계가 과도하게 소비하는 화석 기반 소재를 대체하며 지속 가능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폭풍에 쓰러진 나무에서 회수한 목재와 수명이 다한 텐트를 활용해 캐노피 지붕을 만들고, 내부에는 바이옴(Biohm)의 패널을 사용하여, 생분해 가능하며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낮은 열전도율과 화재 시 타는 속도가 느리다는 특성을 지닌다. 즉, 표준 단열재만큼 내구성을 가지면서 수명이 다하면 퇴비화 할 수 있고, 재사용이 간편하다.
3. Prometheus Materials
미국의 프로메테우스 머티리얼즈(Prometheus Materials)는 광합성을 통해 바이오 시멘트와 바이오 콘크리트를 개발했는데 햇빛, 바닷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독성이 없는 조류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산호초와 굴 껍데기에 있는 탄산칼슘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새로운 머티리얼을 얻어낸 것이다. 2016년 미국 국방부의 의뢰로 콜로라도 대학교 교수진이 개발한 이 소재는, 2021년 프로메테우스 머티리얼즈가 설립되며 대중에 공개되었으며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기후 혁신 기금, 글로벌 건축 사무소 SOM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 바이오 시멘트에 골재를 혼합하면 기계적, 물리적, 열적으로 특성이 비슷한 저탄소 바이오 콘크리트가 되는데,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1/10 수준이고, 흡음력은 12배 뛰어나다는 인증을 받기도 했다.
5. FADAA
요르단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 파다(FADAA)는 작년에 Decoration One 매장을 디자인하며 속이 빈 직사각형 벽돌을 쌓아올린 스크린 월을 선보였다. 강한 태양 빛을 막기 위해 전통적인 이슬람 건축 형태를 적용한 것인데, 해안 도시의 식당에서 버려진 굴, 홍합, 조개껍데기를 분쇄하여 바이오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원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대기로 유입하는 탄소를 막으면서 친환경적인 콘크리트 골재로 바꾸는 방법을 통해 벽돌 모양으로 생성하고, 건조 후 굳은 벽돌을 스크린으로 쌓은 모습은 공예적 특성과 지역성을 결합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6 ARDH Collective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에이알디에이치 콜렉티브(ARDH Collective)는 지속 가능한 소재 솔루션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으로 세계 최초로 대추야자 씨를 재활용한 소재를 개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매년 UAE에서 1억 8백만 킬로그램이 폐기되는 대추야자 씨를 볶은 후 분쇄해 패널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현지에 삼성 갤럭시Z 플립4가 출시됐을 때 스페셜 에디션 케이스를 만들었을 정도이다. 또, 이들은 세계 최초로 사막 모래를 활용해 만든 콘크리트 복합체인 라멜(Ramel)도 개발했는데, 일반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골재는 강바닥 모래를 무분별하게 파내며 지역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데 반해, 라멜은 사막 모래를 골재로 이용했다. 전통적인 콘크리트와 구조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기능에 지니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절반 미만이며, 물이 부족한 아랍에서 현지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작년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서 〈From the Dunes & Trees〉라는 전시로 선보이기도 했다.
7.Plantd Material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플랜티드 머티리얼즈(Plantd Materials)는 주택 건축용 구조 패널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지속 가능한 가구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대표가 목재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재료를 찾기 시작했고, SpaceX 출신의 엔지니어 두 명과 함께 탄소 포집 속도를 높이는 건축 자재를 구상하며 나무보다 풀이 더 빨리 자라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농장에서 관리하는 소나무는 15년 정도 기른 후에 목재로 쓸 수 있지만, 풀은 1년에 최대 3번까지 수확할 수 있고 셀룰로오스 섬유도 풍부하기 때문에 풀을 수확한 후 압착하면 기존 목재 패널의 대체재로 충분한 것이다. 건축물의 벽체, 지붕, 바닥재 등에 널리 쓰이는 OSB(oriented strand board)는 직경이 작고 성장이 빠른 나무 조각을 고온 고압 하에 접합하고, 포름알데히드, 필러, 왁스, 접착제 등 석유 기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데 반해, 이 기업의 패널은 94~97%의 풀과 3~6%의 포름알데히드 프리 레진을 사용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상징인 담배 농장 대신 지속 가능한 기후 스마트 작물을 기르고 싶은 농부들이 풀을 재배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또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토양을 건강하게 재생하는 효과까지 추구한다. 이 소재는 일반 OBS 패널(27%)보다 3배 더 탄소를 포집하며, 내습성은 2배, 강도는 1.4배 더 뛰어난 특성을 지닌다. 한편, Plantd Materials는 2023년 《Fast Company》에서 주관한 ‘Innovation ByDesign Awards’의 ‘Most Innovative Materials’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