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 04: 물질의 정치학
Wood
04물질의 정치학포르마판타스마, 리서치 기반 디자인의 진화환영을
좇는 디자이너들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는
이탈리아어로 ‘환영의 형태’를 뜻한다. 2009년 시모네 파레신(Simone Farresin)과 안드레아
트리마르키(Andrea Trimarchi)가 설립한 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밀라노와 로테르담을 오가며, 리서치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상업적인 디자인 오브제부터 공간 디자인, 전략
기획, 디자인 컨설팅 등 다방면에 걸친 작업물을 선보인다. 단순한
오브제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로 머물기 싫다고 말하는 이들은 사물의 본질과 이와 연계된 디자인 환경과 사회에 대한 순환적 관점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철학적 디자인 접근법을 모색해 왔다. 까르띠에, 펜디, 렉서스, 에르메스, 카시나
등 유명 디자인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했으며, 2020년과 2021년
『디진Dezeen』과 『월페이퍼Wallpaper』에서 연이어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명실공히 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다.이 글은 포르마판타스마와 나눈 인터뷰를 출발점으로, 리서치 기반 디자인이라는 방법론이 2025년 현재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물질의 정치학'이 한국의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를 탐색한다.<v:shape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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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 2023환영의
형태, 모호함의 탐색포르마판타스마의 작업은 스튜디오 이름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호함을 탐색하는 점이 독특하다.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경계에서 오브제적인 대상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이들에게, 스튜디오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다."우리는 각자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듀오가 아닌 둘이 합쳐진 새로운 무엇이 되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에요."이 이름은 동시에 그들의 작업 방식을 설명하는 은유이기도
하다. 사물의 표면에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서 어른거리는
환영—보이지 않는 구조, 숨겨진 역사, 드러나지 않는 관계—을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디자인이다.의자를
넘어서두 사람이 팀이 된 계기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관습에 대한
불만이었다. 가구와 의자 디자인에 매몰된 당시 이탈리아 디자인계에서 뭔가 다른 것을 찾고 싶었던 이들은
네덜란드로 향했다."우리는 피렌체 ISIA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며 만났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탈리아는 디자이너의 활동이 가구와 의자를 만드는 데 매몰된
듯했고, 우리는 뭔가 다른 것을 탐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아카데미의 제품 디자인 석사과정을 지원했고 이후 팀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기능과
심미성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네덜란드 디자인의 낙관주의와 개념주의는 우리의 관심과 맞아떨어졌지요."네덜란드 디자인이 열어준 것은 '의미'라는 키워드였다. 제품의
외형이나 기능이 아닌, 그 제품이 존재하는 맥락 자체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 이들은 의자를 만드는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 전체에 주목했다."의자를 디자인하는 것이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의자를 디자인하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모든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의미예요.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금속의 채굴
방식과 가치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나 새로운 것이 최고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과거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이러한 선언은 포르마판타스마의 리서치 기반 방법론의 핵심을
관통한다. 새로운 재료를 발명하거나 미래적 기술을 추구하는 대신, 지금
여기에 있는 물질들이 어떤 역사와 정치를 품고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 그것이 이탈리아를 떠나 네덜란드에서
찾은, 디자인의 또 다른 가능성이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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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엔초
마리의 그림자포르마판타스마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꼽은 엔초 마리(Enzo Mari)를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이탈리아 급진 디자인 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마리는 기능과 심미성을 넘어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에 내재한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탐구한 인물이다. 그의 영향은 두 디자이너의 형성기에서부터 시작된다."엔초 마리는 우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예요. 그의 깊이 있는 성찰과 분석, 또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디자인에
담는 그의 태도가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지요. 우리가 다니던 대학교 ISIA는 1968년 경제 호황 이후 급진주의자들이 설립한 이탈리아
최초의 학교였기 때문에 엔초 마리의 작품은 학교 DNA의 일부였어요.
시모네 파레신은 10대 때부터, 안드레아 트리마르키는
대학 때부터 엔초 마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요. 기능과 심미성을 넘어 디자인 프로세스를 둘러싼
부분에 관심을 갖는 그의 태도를 존경해요."흥미로운 것은 포르마판타스마가 엔초 마리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꼽은 두 프로젝트에 담긴 공통점이다. 하나는 1960년대
디자인된 ‘자바 콘테이너(Java Container)’,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라믹 제작을 위한 제안(Proposta per la
Lavorazion Della Ceramica)’이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두 작품이지만, 둘 다 노동자의 경험을 디자인의 중심에 놓았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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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바 콘테이너(Java Container), 엔초 마리(Enzo Mari) |(→4) 세라믹 제작을 위한 제안(Proposta per la Lavorazion Della Ceramica), 엔초 마리(Enzo Mari)"우리 스튜디오에는 엔초 마리가 1960년에 디자인한 자바 콘테이너가 있어요. 파르메산 치즈나 설탕을
담는 용도로 쓰는데 우리는 이 제품을 매우 좋아하지요. 노동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엔초 마리는 이 제품 디자인에 다른 일반적인 디자이너들의 제품과 달리 힌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는 '공장의 생산 라인에 힌지 만드는 사람을 두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어요. 언제나 최선의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그의 사고방식을
좋아해요."
이처럼 제품의 외형이 아닌 제작 과정 속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경험까지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이 태도는 세라믹 프로젝트에서도 반복된다."반면 그의 또 다른 프로젝트 '세라믹 제작을 위한 제안'도 좋아합니다. 앞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장식성이 높은 프로젝트인데, 역시
노동에 대한 그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어요. 작은 세라믹 접시를 만드는 다양한 모듈인데, 도예가들이 종일 지루하게 같은 제품을 만들지 않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며 즐길 수 있도록 노동자의 환경을 배려한
그의 사고가 존경스럽습니다."완성된 제품의 아름다움이 아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하루를 바꾸려 한 시도. 반세기가 넘은 엔초
마리의 이 태도는 포르마판타스마의 리서치 기반 방법론—완성된 사물이 아닌, 그 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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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지오디자인이라는
실험포르마판타스마가 2020년부터
이끌고 있는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의 지오디자인 석사과정은 '디자인 교육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실천적 답변이다."지오디자인이라는 전공은 현재 디자인의 맥락을 탐구하는 리서치
베이스의 전공으로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용자 요구만이 아닌, 디자인을 둘러싼 인프라,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환경을 조망하는 과정이에요. 이 교육과정을
통해 각각의 디자이너가 사회적, 산업적, 정치적, 환경적 맥락에서 각각의 대상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생태계 변화와 그에 대한 책임을 성찰하고 솔루션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지오디자인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윤리적 차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교육자로서 그들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더욱 명확하다."우리는 학생들이 디자인을 대하면서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동시에 다른 종과 환경에 대한 배려와 윤리적 책임을 깨닫길 바랍니다. 예술적인 자기표현이 아닌 더 나은
현실을 위한 급진적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윤리적, 실존적으로 성찰하고 접근하기를 기대하지요."2025년 국제디자인학회IASDR가
관계적이고 생태적이며 상황에 내재된 디자인 접근법을 핵심 의제로 다룬 것은 지오디자인이 2020년에
제시한 교육 모델이 불과 몇 년 만에 국제적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음을 뜻한다.한국에서도 KAIST 산업디자인학과의
그린성장대학원이 지속가능 비즈니스와 기후 적응을 교차 연구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환경계획과 도시설계를
통합하며, 홍익대 환경도시연구그룹이 기후 반응형 도시설계를 탐구하는 등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그러나 디자인 교육 안에서 물질의 정치적 차원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독립 전공은 아직 찾기 어렵다. 지오디자인이 던지는 질문인 ‘디자이너는 자신이 사용하는 재료의 정치적
역사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는 한국 디자인 교육에도 유효한 과제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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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캄비오, 나무에 관한 질문포르마판타스마의 리서치 기반 접근법이 가장 밀도 높게 구현된
프로젝트가 '캄비오(Cambio)'이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Artek)과 2019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피렌체 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핀란드 뮤지엄 등에서 오프라인으로 선보인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온고잉(Ongoing)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캄비오는 중세 라틴어로
'변화', '교류'를 뜻하는 'cambium'에서 차용했습니다. 핀란드 임업이 목재 벌목과 산업을 통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담은 이 전시의 맥락과 통합니다. 또
나무의 해부학적 측면의 용어와도 중의적인 의미로 통하는데 나무의 캠비얼층을 의미하기도 해요. 이 층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나무줄기 주위를 감싸는 막으로 임업과 그 성장의 의미를 함의하지요. 나무 내부는
나무를 생산하고, 과거 기록을 남기고, 외부에서는 나무껍질을
만들어 그것이 계속 자랄 수 있도록 합니다."나무의 캠비얼층—성장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기록을 남기는 이 얇은 막은 캄비오 프로젝트 자체의 은유이기도 하다. 핀란드
임업의 역사와 변화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그 산업의 미래를 질문하는 것. 캄비오는 단순한 디자인 오브제가
아닌 과학, 산업, 윤리,
철학, 지역학 등 다양한 관점이 담긴 다학제적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 공간의 구조 자체에도 깊은 의도가 담겨 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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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전시 공간의 배치는 연구의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중심 공간에는 나무의 고리처럼 우리가 제작한 연구물과 인터뷰, 참고
자료, 비디오 등의 데이터와 연구를 전시하고, 이를 둘러싼
주변 공간은 목재의 조달 및 사용 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사례 연구를 시각화했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조사는 과학, 보존, 공학, 정책 결정,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가능했지요. 나무 내부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 같은 미시적 분석부터 나무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한 관점까지
확장하며 펼쳐집니다."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전시 구조와
중심의 리서치 데이터에서 출발해 바깥으로 갈수록 사례 연구와 시각적 해석이 확장되는 이 배치는,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공간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장이라는 과학적 분석에서 시작해 나무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바라보는 형이상학적 관점까지, 과학에서 철학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구조가 전시 공간 안에
물리적으로 구현되어 있다.세심함이라는
방법론캄비오의 전시 오브제 하나하나에는 리서치의 깊이의 세심한
연출이 담겨 있다. 1851년 영국 박람회의 희귀 경목 표본에서부터 포르마판타스마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벤치까지, 시간축으로도 방대한 자료가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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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이 전시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851년 영국 박람회에서 처음 전시한 희귀 경목의 표본이고, 가장
최근의 것에는 우리가 디자인한 가구와 벤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종류와 상이한 성격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각각의
자료가 담고 있는 다층적 의미의 요소를 반영해 스토리에 맞춰 공간을 배치하는 것과 더불어 각각의 소재에 대한 의미 있는 요소를 그것을 전시하는
시각적인 연출과 표현 소재를 통해 다각화했습니다. 의미적인 부분을 더 강화하고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요."제지 펄프 산업과 자연의 연결성, 그리고 디자인으로의 변화를 순환적으로 거치며 발전하는 핀란드 임업의 역사가 시각화되어 있다. 소재와 속성을 상징하는 색상과 매치해 나무의 생장과 번식, 채취와
재생을 연구 자료와 함께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펄프와 종이, 목재
등 핀란드 임업의 산출물을 적재적소에 다양한 형태로 재단하고 인쇄해 활용했다."사우스 갤러리는 나무를 정보의 원천으로서 재평가하는 의미를
담고 있고, 지속적으로 지구의 변화를 기록하고 나무가 성장함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저장함으로써 변화를
완화하는 해결책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단일 재배 종의 숲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 조향
전문가 시셀 톨라스의 향을 접목시켜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습니다. 목재 소재가 아닌 관련된 향
등 공감각적인 요소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윤리적인 각성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치를 활용했고요."<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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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나무를 정보의 원천으로 재평가하고, 단일 재배 숲의 기후 취약성을 향기라는 공감각적 요소로 전달하는 것은 디자인이 시각적 표현을 넘어 다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캄비오에서 포르마판타스마가 궁극적으로 목표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이 전시는 아카이빙과 연구를 넘어 디자인이 우리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시사하고 그 경계를 넘어 내재한 책임을 깨닫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디자이너는
나무와 산업,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그러한
환경을 형성하는 우리의 결정에 대한 책임감, 또 그를 둘러싼 더 나은 환경과 선순환에 대한 솔루션의
발견을 창의적으로 발견하고 고안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디자이너의 역할을 '아름다운
사물의 창조자'에서 '환경과 시스템에 대한 책임 있는 조망자'로 재정의하는 이 선언은, 2025년 포르마판타스마가 파리 카르티에
재단(Fondation Cartier)의 재개관 기념 전시를 디자인하고, 밀라노에서 카시나(Cassina)와 함께 퍼포먼스 형식의 전시 '스테이징 모더니티(Staging Modernity)'를 선보이며, 아트바젤 어워드 메달리스트로 선정되는 등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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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숲이라는
정치캄비오가 추적하는 것은 단순히 나무의 생태학이 아니다. 19세디 영국이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수집한 큐(Kew) 왕립식물원의
‘이코노믹 보타니 컬렉션’에서는 이미 멸종된 나무 샘플이
포함되어 있고, 유럽과 아마존의 삼림 관리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는 목재 산업에 내재한 권력 구조를 가시화한다. 목재 산업에 어떻게 관리되고 구조화되는지를 살펴보는 영상, 태풍으로
파괴된 이탈리아 숲의 모습을 담은 기록, 로열 아프리카 뮤지엄과 함께한 숯 아카이브 등 캄비오의 리서치는
아름다운 나무결의 이면에 숨겨진 착취의 역사를 드러낸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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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앞서 말한 단일 목재로 구축한 숲의 환경적 취약성과 더불어
임업의 산업 역사에서 반복된 만연한 착취, 식민주의, 소비주의
사이의 연결 고리에 대해서도 시사하지요."포르마판타스마가 말하는
‘물질의 정치학’이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 하나하나에는 채굴과 운송, 가공과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 생태계 파괴, 권력의 불균형이
내재되어 있다는 인식은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한국의
물질 탐구자들포르마판타스마가 목재의 정치적·생태적 맥락을 추적하듯, 한국에서도 소재의 이면을 파고드는 디자이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재료와 철학을 통해 '물질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한국 디자인계에 리서치
기반 접근법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김정혜(Jeong Hye
Kim)는 런던 UCL 바틀렛 건축대학에서 건축·도시
역사와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연구자다. 그의 작업은 포르마판타스마의 방법론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포르마판타스마가
캄비오를 통해 핀란드 목재 산업의 정치적·생태적 역사를 추적했듯, 김정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를 추적함으로써 물질과 권력, 개발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드러낸다.2021년 출간한 저서 『폐기물과 도시 재생: 서울 난지도 매립지 공원의 도시 생태학(Waste and Urban
Regeneration)』(라우틀리지)은 서울
난지도의 변천사를 통해 한국의 물질 정치학을 해부한 연구다. 난지도는 농경지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다시 생태 공원으로 변모한 장소인데, 김정혜는 이 변화의 이면에
작동한 국가 권력, 자본, 개발주의 이념을 분석한다. 쓰레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흐름을 관리하는 인프라가
어떤 정치적 결정의 산물인지, 매립지 위에 세워진 공원이 어떤 역사를 은폐하는지—이 질문들은 포르마판타스마가 큐 왕립식물원의 식민지 나무 표본이나 아마존 삼림 관리 체계를 통해 던지는 질문과
본질적으로 같다. 물질의 흐름을 추적하면 권력의 구조가 보이는 것이다.
김정혜는 이 연구를 '생명적 유물론(Vital
Materialism)'과 '생태 중심 메이킹(Eco-centric
Making)'이라는 이론적 틀로 확장하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계화 이후 한국 디자인: 생태 담론을 중심으로'라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과 건축 역사, 도시 생태학, 비판 이론을 횡단하는 그의 방법론은 포르마판타스마가
과학자, 철학자, 정책 전문가와 협업하며 다학제적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과 같은 물질 탐구라고 할 수 있다.<v: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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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캄비오(Cambio) 전시 중 일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지속하는
환영포르마판타스마에게 캄비오는 결코 완결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들이 이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에는 물질에 대한 질문이 본질적으로 끝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온고잉 프로젝트로서 지속적인 리서치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임업과 관련한 화제가 단순히 일회적으로 자각한 부분이 아니라 지속적인 환기와 그를 통해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끊임없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목재, 임업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이는 리서치 기반 디자인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학습하는 태도 자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뷰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돌아간다."스튜디오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쌓여가는 각각의 주제에 대한
아카이브를 발전시키고 소통하면서 우리 역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도전합니다. 디자인 뒤에 남은 환영의
형태, 잡히지 않는 존재를 드러내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도전이자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디자인 뒤에 남은 환영의 형태는 나무가 베어진 뒤 숲에
남는 빈자리이고, 제품이 소비된 뒤 폐기장에 쌓이는 잔해이며, 공급망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채로 작동하는 노동이고 할 수 있다. 포르마판타스마는 그 보이지 않는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는 디자이너이고, 지오디자인은 그러한 시선을 가르치는 학교이며, 캄비오는 그 시선이 만들어낸 하나의 질문이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이 질문을 한국의 숲과 한국의 물질에 대입할 때, 거기서 어떤 환영이 드러날지는 아직 열려 있는 이야기다.이미지 출처:(1-2, 5-12) 매터매거진(Matter Magazine)
|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 제공(3)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품
(www.moma.org)(4) 수퍼-프롬 (www.super-from.com)· 해당 게시물은LABMZERO와의 협약을 통한 KIDP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 외부 채널에 게재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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