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뷰티 산업 트렌드
최근 뷰티 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메가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는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은 이제 기본이며 자신의 피부에 꼭 맞는 제품을 찾아 노마드를 숙명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뷰티 제품은 그 어떤 분야보다 개인화가 필수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바쁘게 움직이는 현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수인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뷰티 콘텐츠는 그야말로 다양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틱톡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화장의 세계가 끝없이 펼쳐지는가 하면 유튜브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뷰티 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이렇게 온라인,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비 환경 가운데 주요 브랜드들은 자신이 가진 자본과 헤리티지를 공간에 쏟아부어 오프라인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뷰티 생태계에서 동시에 보이는 한 장면이다.지구와 인류에게 모두 이로운 클린 뷰티지속가능성은 단지 트렌드를 넘어서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영향을 미치는 큰 물결이자 삶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뷰티 섹터에서 지속가능성은, 천연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는지, 브랜드 소유자는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친환경적인 용기 사용여부까지 이모저모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의 태도와 소비문화가 자리잡았다.특히 휴대폰 카메라로 제품을 스캔하면 제품의 성분을 단숨에 나열해주고 알러지 유발 물질이나 유해성분을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일반화되어 제조 과정에 대해 더 깊은 노련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5년 간 크게 성장한 비건 테마를 토대로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이로운 성분에 대한 관심은 마이크로바이옴 스킨케어를 뷰티 트렌드의 화두로 만들었다. 발효 성분을 지닌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이야말로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박테리아로 지속가능하며 피부 깊숙이 효능을 전달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식초, 트러플, 쑥, 버섯, 콤부차 등 식물성 재료를 소재로 자연의 에너지를 담은 발효 성분은 미생물의 소화분해 작용을 일으켜 독성물질을 분해하고 안전하고 우수한 원료를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켰다.이러한 관점은 화장품이 몸에 직접적으로 닿아 작용하는 것과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모두 고려하면서 ‘클린 뷰티(clean beauty)’ 키워드로 등장했다. 클린 뷰티는 인디 뷰티 브랜드를 성장시킨 동력이라는 점에 한번 더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긴 유통기한을 위해 다양한 첨가물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로컬 인디 브랜드는 첨가물을 넣기보다 빼면서 각자 추구하는 키워드를 강화하고 있다.Amazon사실상 인디 뷰티 브랜드의 성장은 아마존에서 ‘인디 뷰티' 섹션을 구성할 만큼 기존 메이저 화장품 브랜드 시장를 넘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공감하는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친밀한 교감을 통해 유대하고 신뢰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미국의 스킨케어 브랜드 드렁크 엘리펀트(Drunk Elephant)의 경우 환경과 독소에 대한 브랜드 오너의 철학으로 위험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Drunk Elephant또한 호주의 바디케어 브랜드 그로운 알케미스트(Grown Alchemist) 는 뷰티, 건강, 환경이 생물학적, 화학적, 심리학적으로 연관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두 형제가 설립한 브랜드다. 이렇게 주요 글로벌 브랜드에 뒤쳐지지 않는 품질과 철학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두터운 팬을 확보한 다음 유투브와 틱톡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뷰티 영역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강조하는 흐름으로도 이어지는데 인종과 성별, 그리고 성적 취향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벌어지는 활발한 담론이 뷰티 업계에 적용되고는 있는 현실이다.브랜드들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친환경,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성분의 화장품을 제조하기 위한 필수적인 움직임 뿐 아니라 그동안 미백(whitening), 밝은(fair), 환한(light), 흰(white)과 같은 차별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들을 지워나가고 유색인종의 피부를 고려한 제품을 개발하고 고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전개되어오던 보더리스(borderless)가 뷰티 산업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해설할 수 있다.뷰티, 패션, 리빙을 아우르는 향수 시장의 약진팬데믹 이후 코스메틱 분야에서 최고의 매출 신장을 이룬 분야는 스킨케어와 향수 부문이다. 현재 세계 향수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28억 달러, 그중 니치 향수에 대한 수요는 Z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코로나 19 이후 움츠러든 소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향수 시장은 연 평균 3.6%씩 성장해 2024년에 약 48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그중 니치 향수에 대한 마켓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요인으로는 확실한 자기표현의 도구라는 점으로 꼽힌다. 향수는 삶에 작은 즐거움을 주고 보이지 않지만 잊을 수 없고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아이템으로 상징적이다. 따라서 Z세대가 향수의 트렌드를 견인하기 시작한 지금 향수의 스토리에 젠더리스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키워드가 빠지지 않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곡물에서 알코올을 추출하고 사향 같은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며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움직임이다. 이렇게 표현의 상징인 만큼 향수는 패션, 리빙 브랜드 등에서 포괄하고 싶어하는 분야이기도 하다.Zara EmotionsThom Browne자라는 지난해부터 조말론과 협업해 ‘자라 이모션스’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고 톰브라운 역시 올해 브랜드 이름을 내건 향수 시리즈를 선보였다. 6가지 스타일로 출시된 톰브라운 향수는 톰브라운의 생일인 숫자 09. 27. 65를 내걸어 네이밍하면서 브랜드 수장의 아이덴티티를 녹였다. 내년에는 몽클레르도 미국의 프레스티지 향수 제조사 인터퍼퓸 SA와 라이센스를 체결해 향수 시리즈를 선보일 것을 예보했다. 몽클레르가 자연을 테마로한 유일한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을 향을 통해 어필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스포츠웨어 브랜드 젝시믹스, 마시모두띠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향기를 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또 패션브랜드에서 선보이던 향 제품이 바디 제품이나 인센스, 캔들, 디퓨처, 룸 스프레이 등으로 풍성하게 제안되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아름답고 유려한 패키지로 마치 공간을 장식하는 오브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는 이 제품들은 코스메틱, 패션, 리빙, 리테일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반응을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다.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간 역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된 만큼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편안한 향을 일상에 채우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하게 된 것. 다른 장소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향은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서고 환기를 돕는 수단으로 통하고 있다.리테일을 만드는 뷰티 브랜드팬데믹으로 멈추다시피했던 뷰티 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움직임은 꽤나 과격하고 적극적이다. 인디 뷰티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을 통해 메시지를 전개하며 이커머스를 공략한다면 주요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추세다.국내의 경우 2019년 아모레퍼시픽이 성수동의 아모레 성수를 필두로 구매보다는 경험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컨셉의 공간을 선보였다. 그리고 2020년 공개한 아이오페랩은 스토어이자 연구실로 기획해 눈길을 끌며 실제 연구원들이 최첨단 기기로 5,000명 이상의 고객들의 피부 상태를 진단해 솔루션을 마련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에는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을 나란히 열어 두 브랜드의 경험을 더욱 입체적인 감각으로 조성했다. ‘집’을 컨셉으로 오래된 한옥과 양옥의 벽을 허물어 한 공간으로 이어지게 설계하며 눈길을 끈다.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건축사무소 원오원 아키텍스가 작업한 곳으로 설화수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데 신경썼다. 한 쪽에 마련된 ‘공작실’은 도예가의 작업실을 구현한 것으로 크래프트맨십을 강조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예가와 장인의 속성이 느껴지는 장소의 분위기에서 설화수를 경험하게 했다. 여기에 40년 역사를 가진 오설록은 티 아틀리에, 티 푸드 아틀리에, 티 라운지, 바 설록 등 전통적인 차문화를 세련되고 현대적인 무드로 표현하고 티칵테일, 티 팔미까레와 같은 북촌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면서 영 소비자들의 발길을 끈다.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의 BAR SULLOC다층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 마케팅은 범람하는 콘텐츠와 미디어를 뒤로하고 일정 시간 그 공간에서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티퍼런스는 퍼플티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올해 여름에는 익선동에 티카페를 열어 F&B 브랜드로도 동시 전개하고 있다. 제품 체험은 물론 고객들의 일상에 더욱 친밀하고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솔루션인 셈이다. 이와 같이 카페 공간을 마련하며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뷰티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티퍼런스 서울자료제공: 스타일러스코리아, Amazon, Drunk Elephant, Zara, Thom Browne, 설화수, 오설록, 티퍼런스 각 브랜드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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